[오늘과내일]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4-07-21 16:51
  • 수정 2024-07-22 13:36
  • 신문게재 2024-07-22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4060301000106400003871
신동철 변호사
변호사로 법률 상담을 하다보면, 요즘 들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변화 중에 가장 속도감을 느끼는 것이 학교 내의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성범죄에 있어서 가해자의 성인지감수성 문제이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옛날 생각을 가지고 대응했다가는 문제를 돌이키지 못하게 키울 수 있다. 기존의 인식이 변화하는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부각되는 것이 직장 내의 갑질 문화, 즉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이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호칭하여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2019년 7월부터 시행되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근로기준법 제79조의 2는 다음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장 내 불합리한 대우와 괴롭힘은 그 전까지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저 참고 넘겨야 하는 일, 사람을 잘못 만나 생기는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 법 시행 이후에 점차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켰고, 통계에 따르면 실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경험하는 비율도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이 인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요소는 문언 그대로 ①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②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에서의 우위를 이용하여 ③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④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의 4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에서 금지의 주체는 사용자와 상위 근로자이다.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를 말한다. 특히, 2021년 법 개정을 통해서 사용자의 범위에 사용자의 친족도 포함하였다. 사용자의 가족에 의한 간접적인 괴롭힘 행위도 지속적으로 문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근로자에 대해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가진 근로자도 직장 내 괴롭힘에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지위에 있거나 하위에 있는 근로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규제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두 번째로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에서의 우위를 이용하여야 한다. 즉 지위를 활용하여 괴롭힘을 하는 경우이다. 조직문화나 위계질서가 강한 곳에서 지위를 이용하여 저항이나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통해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문제된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세 번째로 업무상 적정범위의 이상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를 모두 열거할 수 없으나, 폭행 및 협박/폭언, 험담,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어적 행위/근로계약상 업무와 무관한 일을 반복 지시/객관적으로 과도한 업무 부여/집단 따돌림과 배제/원활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사적 용무 지시 등이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상의 요건이 충족된 가운데 그 결과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을 통해 그동안 권위적인 노사문화가 크게 개선됐으나, 한편 그 판단 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당사자 사이에 갈등도 있고, 정당한 업무지시 마저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치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위 '을질'이라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규정의 정비와 사건 처리에 대한 사례 축적을 통한 미비점 보완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더 근본적으로 노사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직장문화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