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MBTI에 현혹된 사회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MBTI에 현혹된 사회

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4-07-23 17:36
  • 신문게재 2024-07-24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오현민 기자
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MBTI가 뭐에요?"

첫 만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다. MBTI 유형을 물어보는 것은 서로 처음 만나는 이들의 필수 질문코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엔 취미, 성격 등 상대에게 일종의 취재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종합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 반면 현재는 16가지로 나뉜 MBTI 유형으로 상대의 종합적인 면을 판단하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상대방을 인식하고 있다.



가끔 MBTI 유형이 낙인처럼 작용할 때도 있다고 본다. 처음 밝힌 MBTI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외향적인 성향이라고 했으면서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네?" 라는 말은 필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꼭 외향적인 사람은 물불 가리지 않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매사에 적극적인 모습만 보여줘야 상대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다.

16개의 유형만으로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유형을 구별하는 특징은 MBTI 검사의 대표적인 강점이면서 동시에 결점으로 작용한다. 사람은 단지 16개의 유형으로 나누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존재기 때문이다. MBTI만 갖고 상대의 성격은 물론 행동 방식까지 유추할 때 우연히 일치하는 경우 확증 편향으로 상대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MBTI의 인기가 '바넘효과'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이다. MBTI 테스트엔 모호한 설명이 제공되지만 이중 한두 개만 일치해도 모든 설명이 일치하는 것처럼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과거에 혈액형, 별자리 등을 바탕으로 자신 또는 상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 것과 유사하다.



최근 중국에서 MBTI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직원 채용에까지 적용하고 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업적 요구 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증명된 것 외에는 응시자를 제한하는 장애물을 설정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이에 노동자들이 중국노동법에 위반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미래 대한민국에서 펼쳐질 거라는 주제로 풍자 형식의 영상을 배포한 적 있다. 해당 영상을 볼 땐 유쾌하고 설마 그러겠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까지도 중국에서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을 접하고 성격유형검사의 과몰입이 사회 문화를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엄습했다. 이런 상황 속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MBTI로 물든 세상이 되면서 점점 그 알파벳들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있지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4.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5.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1.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2.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3.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4.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5. “따뜻한 겨울 함께 만들어요” 충청우정청 연탄배달 봉사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