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파리 올림픽이 남겨준 단상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파리 올림픽이 남겨준 단상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8-13 15:12
  • 신문게재 2024-08-1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지난 7월 26일부터 보름 남짓 열대야에도 우리를 TV 앞에 붙들어 놨던 파리 올림픽이 폐막했다. 100년 만에 큰 경사를 치르는 파리에서는 환경을 고려해서(전력 사정이라는 비아냥이 없진 않았는데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던 선수촌이나, 야외의 흐르는 센 강물 위에서의 무료 개막식 등으로 기존 올림픽과 뭔가 다른 것도 보여주었지만, 친절한(불어가 아니면 대꾸도 않는다던) 파리 시민에 대한 평가나, 깔끔하게 단정된 다양한 문화유산 주위에 경기장을 조성하여 화면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거나, 남녀 선수가 동수로 참가하는 성별의 균형을 이룬 모습에서 역시 프랑스 특유의 멋이나 똘레랑스를 물씬 느끼게 해줬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는 역대 최소의 선수단 규모로 30개 이상의 메달을 따면서 효과적인(?) 올림픽이었다는 평가다. 올림픽 초반에 칼, 총, 활의 경기에서 메달이 쏟아 지면서 역시 전투 민족의 혈통(?)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남자 펜싱 사브르에서 아시아 국가 3연패라는 압도적인 실력차도 보이긴 했지만,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냉철하고 시크한 표정과 스타일로, 전기차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의 SNS에 언급되어 한순간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김예지 선수는 25m에서도 기대했지만, 쉽지 않았다. 평정심이 중요한 사격에서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되었나 싶기도 하다. 한편, 총을 잡은 지 3년이라는 여고생 스나이퍼 반효진 선수는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에서도 0.1점 차로 금메달을 따내며, 여고생 사격수 여갑순 (1992년 바르셀로나), 강초현(2000년 시드니)의 뒤를 잇는다. 남자펜싱과 여자사격이 합쳐 5개의 금메달이었는데, 양궁에서는 남녀 개인/단체/혼합에서 전부 금메달로 5개를 따낸다. 세계적 강호와의 경기마다 쉽지 않은 승리를 끌어내는 선수들의 기(氣)도 느낄 수 있었지만, 사상 처음 전종목석권에 영향을 준 인자가 선수들만의 기량, 그뿐이겠는가? 20년 차 협회장인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코치진, 선수와의 원활한 소통의 미담은 차고 넘친다. 소설 안나카레니나의 첫 구절이 생각난다.



탁구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신유빈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20세의 나이에 갖춘 매너, 정신력으로 화제다. 단식 준준결승에서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지고 있던 히라노 미우가 규정이 허락하는 10분간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흐름을 끊고 3대 3으로 동점을 만든다. 신유빈 선수는 대범하게 대처하고 듀스를 반복하던 혈투에서 승리한다. 경기가 끝나고 신유빈, 히라노 모두 얼굴을 감싸고 울지만, 신유빈은 두 팔을 들고 당당히, 히라노는 펜스 뒤에서 무릎을 감싸 쥐고 쪼그려 운다. 히라노는 비록 규정대로는 했지만, 미안했던 것일까? 신유빈 선수는 이 경기에서 너무 체력, 정신력 소모가 많았는지, 단식 메달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화제는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다. 작년 항조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무릎 부상에도 천위페이 선수와의 기나긴 랠리로 탈진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극적인 감동을 주었던 그 선수다. 금메달을 딴 후 안세영 선수는 기자 인터뷰에서 협회와의 불편한 상황들을 전했고, 협회는 안세영 선수와의 불화를 부정한다. 안세영 선수는 협회에서의 부상 관리, 단복식 선수 운용 등을 포함한 선수관리 전문성, 의도적인 규정 개정 등을 언급했고, 이후 협회의 자금운용에 대한 부분, 이전 유사 피해를 입었던 선수, 상황 발생 후에도 협회의 비상식적 수습 과정에까지 구설수가 퍼지고 있고,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차후 대처가 주목되고 있다.



필자의 지난 칼럼에서는 (2024년 7월 '리튬배터리가 위험한가?') 사기업의 욕심이 안전성 법규를 지키지 않아 불러온 재앙을 다뤘었다. 금번 배드민턴 협회의 선수 선발 및 관리, 대회출전, 스폰서 등에 대한 규정은 비상식적인지, 협회(또는 선수)의 자의적 해석인지, 무슨 일인지 지켜볼 일이다. 양궁 협회가 빛이 나는 이유는 최소한의 규정준수 외에, 각자 역할을 묵묵하게 다하며, 소통하며, 투명하고, 정당하게, 다른(?) 욕심부리지 않아서가 아닐까? 더불어 필자 포함 누구든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최소한 안전성 법규만큼은 준수되었으면 바라는게 무리인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