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녹색 없는 0시 축제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녹색 없는 0시 축제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 승인 2024-08-18 17:04
  • 신문게재 2024-08-1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asddddd
설재균 팀장
'야, 오늘 0시축제 누구 온다고 했지?', '스테이씨랑 화사 온다고 하던데', '그럼 이따가 가자'. 중·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의 0시 축제 이야기다.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축제에 연예인 누가 오는지, 대학교 축제에 연예인이 누가 온다고 하는 것들이 큰 주제이자 관심사였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이 오면 그 축제로 발걸음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축제를 즐기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고, 무의미한 소비에서 지속 가능한 축제로 전환을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0시 축제도 전형적인 지역축제에 지나지 않는다.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플라스틱, 무수히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마지막 노래가 끝난 뒤 무대에 남아 있는 탄소 발자국 등 여느 지역축제와 별다른 것 없어보인다. 기후 위기가 닥쳐오는 시대에 이런 환경적 태만은 무책임을 넘어 이제 비윤리적인 축제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축제의 핵심은 폐기물 관리부터 시작한다. 0시 축제 내 다회용기 수거 시스템은 중앙시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대흥동, 선화동 일대에서는 다회용기 수거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었다. 0시 축제 곳곳에 먹거리 존이 마련되어 있지만, 다회용기 사용은 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쉬울 뿐이다. 축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은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생분해 또는 재사용할 수 있는 대체품으로 대체하기가 어려울까? 축제 참가자들에게는 개인용 텀블러, 수저를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는 혜택 등도 고민해볼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뿐만 아니라 무대 설치와 해체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와 홍보 물품 등의 폐기물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에너지 공급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축제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대형 스크린과 무대 조명, 그리고 부스 운영을 위한 조명 등에 전력 공급을 위해 타지역에서 끌어와야만 한다. 2023년 대전의 전력 자급률은 1.78%로 전국 최하위에 해당한다. 이 말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야간에 많은 행사가 몰려있는 0시축제의 경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어떻게 할 건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태양광, 바이오 등의 에너지가 단순한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한 에너지로 축제를 운영하는 것을 실현해야 한다.



셋째, 먹거리의 다양함을 구축해야 한다. 0시 축제의 먹거리 존은 축제장 일대에서 운영하는 업체들이 직접 부스 운영하고 있다. 지역 상생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비건 등 채식 선택권이라든지는 찾기 어려웠다. 이장우 시장은 0시축제를 세계 3대축제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할랄 인증 음식 등의 부스 등도 먹거리 존 곳곳에 배치 하는 것이 세계화로 나가는 길이지 않을까? 세계 3대축제의 길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시도가 그 길일지도 모르겠다.

과잉, 낭비로 대표되는 축제는 다시 평가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축제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축제라는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탄소 발자국이 아닌 녹색 발자국이 남는 축제를 상상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상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것이다. 축제가 시작하기 전 지속 가능한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기대한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2.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3.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4.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5.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1.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2.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5.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헤드라인 뉴스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란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란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국 거점국립대 9곳 모두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예상과 달리 평가에 따라 일부 대학에 예산을 몰아주거나 차등 지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여기에 일반 국립대와 사립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까지 속출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전날인 18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한 '국립대학 육성' 사업비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