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3. '예정설'과 '운명론'은 어떻게 다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83. '예정설'과 '운명론'은 어떻게 다른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8-29 12:00
  • 신문게재 2024-08-30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예정설과 운명론은 종교적인 담론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사입니다. 저도 요즘은 '운명론'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기독교 신자로써 '예정설'과 관련하여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퇴임 후 신학대학에 가서 강의를 듣기도 하였고, 목사님들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존 칼빈의 예정설이나 그것을 반대하는 가톨릭의 입장도 들어보고 있으나,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사주팔자, 정확히 말해서 '사주명리'로 운명을 예언합니다. 생년·월·일·시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인도에서는 전생에 살았던 결과로 이생의 삶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동서양의 종교에서는 신에 의해 개인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교리입니다.

기독교, 가톨릭을 제외한 대부분의 개신교에서는 예정설을 믿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삶은 선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자유의지가 허락되는 것이고, 개인이 선택한 것들이 네트워크가 되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운명론과 다른 것은 팔자타령이나 자기 비하 등 수동적인 방식의 삶의 태도를 수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운명의 막강한 위력에 맞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옹호했다'는 키케로의 철학적 회고록이자 고백론인 '운명론'이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판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키케로의 '운명론'은 최근 연세대학교 이상인 교수의 번역으로 출판되었는데, '운명론' 본문은 40여 쪽에 불과하고 작품 안내와 각주 등 부록이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특이한 저서입니다. 키케로는 사상적으로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면서도 '스토아주의적 운명론'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즉, 인간은 운명에 따르는 삶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윤리적 삶에 필수 요소로 본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운명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봄으로써 기계론적 운명론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본다면 키케로의 주장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예정'과 '자유'를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도덕 법칙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듯이, 신의 예정 아래에서도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인간은 신의 예정을 떠나서 살 순 없으나, 신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배하지도 않습니다. 예정론자인 고대 로마 시대의 성 어거스틴은 자유의지를 인정했습니다. 예정과 자유 즉 양립가능론을 인정한 것이지요. 또한, 예정설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사람들은 '악한 일도 예정이다'라고 주장하는데, 이것도 맞지 않는 해석입니다. 악한 일이나 나쁜 일은 하나님의 예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정론의 창시자 칼빈은 인간이 창조되었을 때 자유의지라는 능력을 받았으나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것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신학자는 "인간의 모든 결정은 하나님의 예정에 지배를 받지만, 하나님은 자유로우신 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자유를 주셨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도 예정과 자유의지를 동시에 인정한 것이지요.

요약하면 성경은 우주만물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인간의 자유의지는 없다는 결정론이나,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으나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 이루어진다는 운명론 모두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즉, 절대자는 예정을 하고 인간은 자유의지로 예정을 이룬다는 뜻이지요. 결국 도덕과 선이라는 사회규범이 있듯이 절대자의 예정도 있으며, 사회규범에 따라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그의 삶을 결정하듯이, 예정의 가르침 아래 자유로운 선택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운명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운명과 선택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퀴즈부터 한화이글스, 늑구빵까지! 늑구밈 패러디 폭주 '대전은 늑구월드'
  2. [문화 톡] 서양화가 이철우 작가의 또 다른 변신
  3. 대전 동부서, 길고양이 토치 학대한 70대 남성 구속영장
  4. 與野 행정수도특별법 합의처리로 "세종시 완성" 의지 증명해야
  5. 충남대병원, 폐암 정밀진단 첨단 의료장비 도입…조기진단으로 생존율 기대
  1.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2. 대전시, 시내버스 이용 에티켓 홍보 확대
  3. "대학 줄 세우는 졸속 정책"…전국 국공립대 교수 '서울대 10개 만들기' 개선 촉구
  4. 대전서 연이틀 배터리 충전 화재… 전기 이동수단 이용 증가에 '안전주의보'
  5. 대전경찰청,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2주 계도 후 집중단속

헤드라인 뉴스


‘백제왕도 특별법’ 세번째 도전… 22일 법사위 심사 통과여부 촉각

‘백제왕도 특별법’ 세번째 도전… 22일 법사위 심사 통과여부 촉각

충청인의 뿌리이자 고대 삼국시대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번창했던 백제의 옛 도읍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 국회에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두 차례 폐기됐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세 번째 도전 끝에 법제사법위원회 단계까지 올라서면서 공주·부여·익산을 잇는 역사 도시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정치권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박수현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22일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2..

늑구 관련 마케팅 `활발`... 늑구빵부터 AI합성 `밈`까지
늑구 관련 마케팅 '활발'... 늑구빵부터 AI합성 '밈'까지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포획된 늑대 '늑구'에 대한 유통업계의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역 빵집에선 늑구를 모티브로 한 '늑구빵'이 등장했고, 온라인상에선 대전과 늑구를 조합한 '밈' 현상도 나타나는 등 관련 마케팅이 붐처럼 일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역 빵집인 하레하레는 최근 동물원에서 탈출해 포획된 늑대 늑구를 빵으로 늑구빵을 출시했다. 하레하레 대전 도안점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3시 50개 한정해 판매하고 있다. 또 일부 개인 제과점 등에서도 늑구를 형상화한 빵을 진열해 판매하면서 SNS 등에서 화..

`중동전쟁 파고 넘었다` 코스피 6388.47 신고점 경신
'중동전쟁 파고 넘었다' 코스피 6388.47 신고점 경신

중동전쟁 충격으로 한때 5000선까지 내려앉았던 코스피가 두 달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며 신고점을 경신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이익 성장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9.38포인트(2.72%) 오른 6388.47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점을 경신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올해 2월 27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6347.41)를 단숨에 돌파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실전 같은 소방훈련 실전 같은 소방훈련

  •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

  •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