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갈등 해소가 어려운 이유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갈등 해소가 어려운 이유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4-09-03 17:25
  • 신문게재 2024-09-0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몇 년 전 금산에서 화상경마장 건립 문제로 지역 갈등이 생겼다. 나도 반대였지만 사석에서 문정우 당시 군수의 설명을 듣고 군수의 의지를 확인하면서 '문제도 많겠지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생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주저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문 군수는 화상경마장을 금산이 유치한다면 마사회에서 제공하겠다는 '당근'이 너무 크고 많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문 군수의 긴 얘기를 듣고 나서 내가 이런 말을 했다.



"군수님 말씀 듣고 나니 반대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그렇지만 군수님이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20분 가까운 시간을 들였는데, 반대하는 사람의 논리는 단 10초면 끝납니다. <도박이잖아!> 사람들은 5분 넘어가면 남의 얘기 잘 듣지 않아요.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너무 단순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반대 논리를 극복하고 이겨 내기 힘듭니다. 그래도 하시겠어요?"

문 군수는 그래도 지역 발전을 위해 임기 내에 꼭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그러면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금산에 화상경마장 건은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술친구였던 가까운 후배가 교회 안수집사가 되더니 술을 딱 끊었다. 그리고 장로님이 되었다.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 그 계율을 어긴 적이 없다. 중학교와 대학교를 기독교 학교에서 공부한 나는 젊은 시절부터 기독교가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이유를 궁금해 했다. 많은 목사님, 선교사님들에게 물어 봐도 성경 말씀에 '지나친 음주는 삼가라'는 경구가 있다고 하면서 딱 부러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개화기에 게으르고 술과 도박, 그리고 아편에 빠진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선교사들이 사회 정화 차원에서 술 담배를 금지시켰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시 기독교 선교사들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지만 100년 전 이야기이니 이제는 풀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는 육식을 금지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석가모니 부처님 시절의 수행자는 노동이 금지되어 있기에 탁발로 먹을 것을 해결해야 했는데, 보시하는 신도가 고기 준다고 먹지 않았을까? 오히려 부처님은 호랑이 고기, 코끼리 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셨고, 그 이유까지 말씀하셨다고 율장에 기록되어 있지만 육식을 금지하라는 계율은 없었다고 한다. 육식 금지는 후대에 대승불교로 발전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소승불교인 동남아시아의 스님들은 육식을 터부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독교의 '술 담배 금지'와 불교의 '육식 금지'는 그 근거가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지켜야 할 중요한 계율이 되어 있다. 기독교 신자가 '술을 마셔도 된다'는 논리보다 '금지'하는 논리가, 그리고 스님이 '육식을 해도 된다'는 논리보다 '금지'를 강조하는 논리가 더 강하고 쉽게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긴 얘기의 요지는 '찬성'보다 '반대'가 쉽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고 바꾸어 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반대 의견을 만난다. 그리고 논리로 그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과정은 언제나 지난(至難)하다.

나는 아직 후배 술친구에게 술 마시게 하는 노력이 실패 중이고, 가끔 음식점에서 고기 드시는 스님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내가 강하게 주장하면 후배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것이고, 음식점에서는 갈등이 생길 것이다.

갈등(葛藤)이란 단어는 칡과 등나무가 얽히는 모습의 표현이다. 좌등우갈(左藤右葛)이라는 말처럼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며 얽힌다고 한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며 싸우는 갈과 등을 풀어서 반대로 감으면 싸우지 않을 수도 있다. 독실한 불교도였던 내 어머니는 일년에 두 번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스님들에게 영양 보충을 위한 <보약>으로 드리시곤 했다. 내가 생각하는 갈등 해소의 비결은 아래와 같다.

(1)명분 있는 논리 개발하기 (2)참을성 기르기 (3)발상의 전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2. [2026 수능]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3. [2026 수능] 황금돼지띠 고3 수험생 몰려…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워
  4. [2026 수능] 분실한 수험표 찾아주고 시험장 긴급 수송…경찰도 '진땀'
  5.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1. 세종시 어린이들의 '가족 사랑' 그림...최종 수상자는
  2. 초록우산 박미애 본부장, '시낭송 상금' 100만 원 기부 귀감
  3. 한남대, 2025 산학프로젝트 챌린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4. 건보공단, 미혼 한부모가정 위한 따뜻한 지원 눈길
  5. 충남대, 중국약과대학과 협약…바이오 재료·약학 분야 공동 연구 추진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