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다시 신발끈을 묶자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세상읽기] 다시 신발끈을 묶자

  • 승인 2024-09-04 18:41
  • 신문게재 2024-09-05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Young woman tying her shoelaces at gym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가거점국립대인 충남대와 국립 한밭대가 2년 연속 글로컬대학 30 사업에서 탈락했다. 말 많고 탈도 많던 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지막까지 가능성의 불씨를 키웠던 충남대 입장에선 아쉬운 결말이었을 테고, 방식은 다르지만 통합을 바랐던 한밭대 역시 쓴 잔을 들이켰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탈락, 지역 대표 국립대의 글로컬 도전 실패는 지역사회에 실망감을 안겼다. 지역별 거점 국립대 가운데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않은 곳은 대전과 광주뿐이다.

사회적 책무성을 지닌 국립대는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라이즈(RISE)와 함께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대학을 키우는 대학과 동반성장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의 위상과 결부된 탓에 사업의 한 축인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2년 연속 패싱' 수모는 지역의 무관심과 정치력 부재 논란까지 거론된다.

글로컬 발표 직후, 명단에 오르지 못한 충남대와 한밭대는 통합논의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3년 가까이 이어온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 상대의 책임을 묻는 듯 했다. 충남대는 한밭대가 사업계획서 철회를 요청하며 대면평가에 불참해 결과적으로 사업선정에 좌초됐다고 밝히고, 한밭대는 '일방적' '유감' 등을 표명하며 상호존중과 신뢰 없이는 협력기반 대형사업 추진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합, 특히 규모가 큰 대학간 통합은 쉽지 않은 과제다. 국고 지원을 위해 강제통합을 추진하다 내부 갈등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내는 타 대학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은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자신의 몫을 포기하고 하나가 되기엔 두 대학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아직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한 것 같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린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 계획발표 이전부터 통합을 준비했던 두 대학은 그 첫발을 기억할까.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으며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혹은 경쟁력을 장착해 최강 국립대로 부상하기 위한 묘책으로 '첫 수'를 뒀을 테다.

통합을 추진하는 측도, 통합을 반대하는 측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 대학의 수가 너무 많다. 지역대의 노력만으론 교육의 질과 복지 향상,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렵다. 글로컬대학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이란 낙인도 우려된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각자 내년 글로컬 사업 재도전을 암시했다. 추가 지정이 가능한 곳은 10곳뿐인데, 내년 5곳과 그 이듬해 5곳으로 관문이 좁아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선정되지 못한 많은 대학이 절치부심하며 재도전을 준비하고, 전문대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025년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이 나와야 알겠지만, 통합을 전제로 예비지정된 대학이 단독으로 재도전할 때 예비지정 지위를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실행계획서대로 통합하지 못하고 목표치를 낮춘 글로컬 1기 지정 대학에 대해 사업비 삭감 또는 지정취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4일 발표된 7차 사회관계장관회의 '대학-지역 동반성장 지원 방안'에 따르면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에서 국립대도 교직원 성과급(인센티브)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구성원 보상 체계를 토대로 국립대의 혁신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글로컬대 국립대 부총장, 대학원장, 단과대학장 등 주요 보직에 외부 인사 임용을 허용하는 등 특례는 더 확대된다.

이제 대학들은 국비에 신경 쓰지 않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찾거나, 지자체와 함께 할 더 나은 혁신안으로 나머지 10개의 글로컬대학 자리를 노릴 것이다. 대학 자율성에 따른 충분한 내부논의와 의견 수렴은 따라야겠다.

대학의 미래와 발전을 고민하며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지역대를 응원한다. 그 어떤 선택이든, 가장 중요한 건 생존이다. 살아남아야 경쟁력도 고민할 수 있다.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조혜정 박사과정생, 한국미디어아트산업협회 최우수논문상 수상
  2. 2026년 3분기 충남북부지역 기업경기전망지수 상승...회복세는 제한적
  3. 천안법원, 흉기 들고 다니며 불안감 조성한 30대 남성 '징역 10월'
  4. 충남콘진원, 인디게임파크 2기 네트워킹 행사 개최
  5. 백석대, 고용노동부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규모 확대
  1. 충남혁신센터, 스타트업 성장의 기폭제 '배치(Batch) 6기' 본격 출범
  2. [주말사건사고] 폭염 여파 정전에 대전·충남 곳곳서 화재 발생
  3. 대전시, 산업단지 조성 전략 수정할까
  4. 윤태연 전건협 대전시회장, 옥천군에 고향사랑기부금 1000만원 전달
  5. MSI 2026 대전의 열기, 결승까지 이어간다… 한화생명 파이널 진출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5극 3특 성장엔진 산업 발표 코앞…충청권 들러리 되나

李정부 5극 3특 성장엔진 산업 발표 코앞…충청권 들러리 되나

정부가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권역별 성장엔진 산업을 이르면 내달 발표할 전망인 가운데 충청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AI 등 국가 핵심 산업 투자가 이미 영호남으로 대거 몰리면서 충청권은 들러리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반도체 생산 인프라 조성이 골자인 '3대 메가 프로젝트'가 호남으로 집중 배치 됐고 최근 산업통상부 지역 산업단지 AX(인공지능 전환) 지원 사업도 영남 쏠림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굵직한 국책사업 선정이 유독 충청권만 소외되는 기류가 짙어지고 있는데..

주요 시중은행 대출 조이자 주택 매수자 발등에 `불`
주요 시중은행 대출 조이자 주택 매수자 발등에 '불'

주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주택 매수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택 매수를 위해 계약서를 작성했던 이들은 잔금 날을 앞두고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수소문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전국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에서 3억으로 대폭 삭감했다. 시중은행이 주담대 한도를 3억으로 낮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수도권을 대상으로 규제했던 금액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대전도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최대 3억 원까지 한도가 조정됐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도 포..

충남대·공주대 통합 첫단추…14일 단일안 윤곽 나오나
충남대·공주대 통합 첫단추…14일 단일안 윤곽 나오나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대학 통합 논의가 다음 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정족수 미달로 지난 9일 열리지 못한 충남대 통합위원회가 7월 14일 다시 개최돼 단일 교명과 대학본부 소재지 등 통합신청서에 담길 핵심 사항을 논의한다. 이후 구성원 의견수렴과 학내 심의 절차가 예정돼 있어 통합 추진 일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2일 충남대 등에 따르면 통합위는 지난 9일 오후 제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통합위는 전체 위원 28명 가운데 과반인 15명 이상이 참석해야 회의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날 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 불법 주차 차량 피해 중앙선 침범 ‘아찔’ 불법 주차 차량 피해 중앙선 침범 ‘아찔’

  • 폭우에 쏟아진 토사로 도로 통제 폭우에 쏟아진 토사로 도로 통제

  • 초복 앞두고 삼계탕 나눔 초복 앞두고 삼계탕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