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번아웃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번아웃

이하람 편집부 기자

  • 승인 2024-09-09 10:02
  • 수정 2024-09-09 10:18
  • 신문게재 2024-09-10 18면
  • 이하람 기자이하람 기자
이하람
쉽게 짜증이 나고 화나는 감정을 느낀다, 만성적으로 감기나 두통이 나타난다, 현재 업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맡은 일을 하는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일하는 것에 심적 부담과 긴장을 느낀다,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다 등등…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된 번아웃 증후군 자가진단 테스트 문항이다. 하나하나 속으로 체크 하며 든 생각이 있다. 설마 나도 번아웃?

번아웃 증후군,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자어로 소진이라고 한다. 요즘 직장인, 취업 준비생,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이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가까운 주변만 생각해도 그렇다. '하루만 쉬고 싶어, 멀리 여행 가고 싶다, 그냥 때려치울까' 소소한 얘기를 하다 보면 꼭 등장하는 말이다. 그땐 웃으며 넘겼지만 삶에 대한 만족이 아닌 불만족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무섭다.



갓생 살기가 열풍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은 갓생은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로,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일컫는 말이다. 갓생이란 말이 생겨나기 전부터 아마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초, 중, 고등학교 땐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교 땐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 선 더 높은 곳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다. 멀리서 보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 긍정적 변화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과열된 경쟁에 지친 마음만이 보인다. 성과 입증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문화는 빠른 성장을 일궈냈지만 동시에 고질병을 만들어냈다.

갓생만을 살게 만든 사회적 구조가 불러온 번아웃, 이제 도로 사회에 문제를 떠안겨주고 있다. 그냥 쉬는 청년이 44만 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 가운데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동월 대비 4만 2000명 늘어난 44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구직을 미루는 이유로는 불안감, 우울감 같은 번아웃 증상을 꼽았다. 즉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인데, 그 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클 것이다. 또 다른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극복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상태를 인정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과 함께 '작은 쉼'을 이야기한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일주일 유럽 여행과 같이 큰 계획보단 산책과 운동, 명상, 취미 활동 등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수적이지만, 원인 제공을 한 우리 사회도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이다. 휴식 지원, 맞춤 소통 창구와 같은 예방·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하람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3.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4.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5.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1.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2.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3.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4.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