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급성통증은 '증상'이고 만성통증은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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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급성통증은 '증상'이고 만성통증은 '질환'입니다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승인 2024-09-26 17:09
  • 신문게재 2024-09-27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마취통증의학과 이원형 교수(반명함)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통증클리닉 외래를 찾는 환자분들이 가장 이해하기가 어려워하는 개념은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의 차이다.

통증은 만성이든 급성이든 다 똑같이 아픈 것인데, 무엇이 다른가 하고 갸우뚱하는 독자들도 계실 것이다. 아니 굳이 이 글을 읽는 독자나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분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필자와 같은 업에 종사하는 의료진조차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성통증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새로운 치료방법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만성통증 동물모델을 통한 많은 연구와 통증 환자의 구체적 분석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료가 동시에 발전하면 보다 혁신적인 지식과 개념이 정립된다. 미국에서 5년마다 전문의 면허를 갱신하는 이유다. 새로운 학설은 새로운 신약 치료제의 개발을 촉진했고, 만성통증에 사용하는 많은 약물과 의료기기들이 등장했다.

새롭게 정립된 만성통증의 가장 중요한 점은 만성통증은 급성통증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급성통증은 말 그대로 통증을 전달하는 몸의 여러 세포와 신경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만성통증은 통증 관련 부분만이 아니라 감정, 기억, 수면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즉 만성통증은 몸을 구성하는 여러 기관이 만들어낸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결과물이라는 개념이다.

이러한 이론의 관점으로 볼 때 급성통증에서는 통증이 병명을 확진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증상이 된다. 예를 들면 충수돌기염(맹장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을 호소해야 하는 하나의 '증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통증이 3개월 이상 만성으로 지속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픈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통증에 반응하는 몸 세포의 형태도 변하고 반응 정도도 예민해지며 척수와 뇌에서 많은 기능이 다르게 진행된다. 통증을 감지하는 대뇌의 감각 부위가 기억, 감정, 교감신경계를 담당하는 대뇌 부위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고 상호 간의 정보교류가 한층 더 활성화되며 반응의 결과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된다. 즉 몸의 여러 기능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거미줄같이 복잡한 인과 관계에 따른 결과물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통증 자체가 '질환'이 되는 것이다.

다소 어려운 개념일 수 있지만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만성통증의 관리와 치료에 필수적이다. 급성통증 경우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약물로 치료하면, 병이 완치되면서 통증이 사라진다. 염증이 있는 충수돌기를 제거하고 항생제를 사용하면 오른쪽 아랫배에 느껴지던 통증이 사라지는 결과다. 그러나 신경 손상에 의해 발생한 신경통(정확히 신경병증성 통증)은 손상된 신경이 재생되기도 어렵거니와 통증 자체가 심하고 만성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치료 약물과 병원 내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통증을 관리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수면과 우울을 관리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을 담당하는 재활의학과 등 다과적 협진이 있어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만성통증이 오래 지속되고 심해진 상태에서는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학술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만성통증 관리에서 통증 강도가 30%만 감소해도 환자는 치료 효과를 경험한다고 한다. 완치의 개념보다는 통증이 약하게 있는 상태에서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정도로 통증의 강도가 감소하면 그야말로 '치료'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만성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어떤 기관을 방문해 상담을 받을 때 주사 몇 방으로 통증을 확실히 낫게 한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신뢰할 만한 대상인가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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