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대전을 과학기술 인재의 요람으로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대전을 과학기술 인재의 요람으로

배정숙 ETRI 지능무선액세스연구실장

  • 승인 2024-10-03 19:14
  • 신문게재 2024-10-0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1003101051
배정숙 ETRI 지능무선액세스연구실장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이다. 대덕연구단지에 자리한 30여 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은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선도하며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 되어왔다. ICT, 바이오, 항공우주, 나노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며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한 대전의 출연연은 이제 그 위상을 유지하는 데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젊은 이공계 인재들이 출연연을 기피하고 연구 현장을 떠나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의 인재 유출 문제는 단순한 인력난이 아닌,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현실적인 '임금 문제'다. 출연연의 급여 수준은 민간의 IT 대기업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비교해 낮다. 또한, 성과에 대한 보상 역시 충분하지 않아 젊은 인재들의 동기 부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 기업들이 성과에 따라 유연하고 다양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출연연은 여전히 획일적인 기준을 고수하고 있어 인재들에게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직된 조직 문화와 복잡한 행정 절차도 큰 걸림돌이다. 연구자들이 본연의 연구 수행 외에도 많은 행정 업무에 시간을 쏟아야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형식적인 평가 기준에 묶여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젊은 인재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장할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 환경을 갖추었더라도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인재들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생활 환경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대전은 수도권에 비해 생활비가 낮지만 젊은 연구자들이 정착하기에는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대덕연구단지 주변의 주거, 교통, 문화 시설이 빈약해 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 수도권의 민간 기업들은 더 나은 급여와 생활 여건을 내세워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의 출연연이 인력 유출을 막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출연연이 인재 유출을 막고 다시금 젊은 연구자들이 모이는 직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출연연의 급여 수준을 민간과 동등하게 끌어올리고 성과에 따른 정교한 보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특별 연구 장려금을 신설해 민간 기업과의 보상 격차를 줄일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연구자 자율성을 강화하고 유연한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연구 주제 선정과 프로젝트 관리에서 연구자들의 권한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과감히 줄여 연구자들이 본연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때, 출연연은 진정한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셋째, 생활 환경을 개선하여 대전을 '정착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청년 연구자들을 위한 주택 지원을 확대하고, 가족을 둔 연구자들을 위해 교육 및 육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연구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확충하여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출연연의 인재 유출 문제는 결코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과학기술 역량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위기다. 이제는 출연연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일하고 싶은 직장'이 아닌, '머물고 싶은 직장'으로 변모해야 할 때다. 대전이 젊은 인재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닌, 돌아오는 도시로 변모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연연이 다시금 국가 연구의 중심에서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배정숙 ETRI 지능무선액세스연구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