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성실(誠實)과 입지대성(立志大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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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성실(誠實)과 입지대성(立志大成)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0-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법의 일반 원칙 중 신의성실(信義誠實) 원칙이란 것이 있다. 서로 상대방의 신뢰가 헛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역사를 관통하여 19세기 제정된 법들이 이 조항을 명문화한이래,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채택하고 있다고 배웠다. 굳이 법제화하지 않더라도 사회존속의 필수불가결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마땅히 양성하고 지켜야할 사항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성실은 참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참이란 진실이며 진리이다. 곧 진리 탐구의 정신이기도하다. 그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는 의미다. 신의는 믿음과 의리이다. 의리는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이다.

빛. 공기, 물, 바람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은 종종 잊고 산다. 그 정도가 지나쳐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종종 의문이 든다. 아예 정치계는 파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믿음도 없고 의리도 없으며, 진실 추구도, 정성을 다함도 없다. 공동체가 추구하고 구현해야 할 이상이 아예 없어 보인다. 이상 구축과 실현이 아니라, 공동체 파괴가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자각, 자성이 필요하다. 이상을 상실하면 자신과 사회를 해친다. 이상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입지(立志), 뜻을 세워야한다.



신의, 성실은 동양 역시 전통적으로 구축해온 덕목이다. 수없이 언급되었지만, 그에 이르는 방법을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 ~ 1584)선생이 42세 때 저술한 책 <격몽요결>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 학문 아니면 사람구실 할 수 없다고 서문이 시작된다. 학문의 요체는 일에 따라 각각 그 마땅함을 얻는 것이다. 마땅함으로 삼강오륜을 풀어 쓰고 있으며, 이어 그를 지키지 않는 데에서 오는 폐해를 쓰고 있다. 삼강오륜은 기초사회인 가족에서부터 인류전체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이다. 관계에 있어 지켜야할 도리, 의리, 신의, 질서, 사랑, 분별이다. 제1장이 입지장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뜻을 세우라고 하며, 반드시 성인이 되겠다고 기약하라 한다. 성인은 이상적 인간상이다. 보통사람이나 성인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며, 성인의 성패에 대해 각각 서술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성인에 성공적으로 다가가기위해 성실과 신의가 있어야한다. 물욕, 탐욕, 주색, 도박, 게으름 같은 나쁜 습관과 행실은 패망의 길이다.



입지에 대해 필자보다 더 잘 요약해 준 것이 안병욱(安秉煜, 1920 ~ 2013, 철학자) 교수 글이다. <사람답게 사는 길>에서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다. 뜻만 세운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입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양지(養志)다. 뜻을 키우고 배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지(成志)다. 뜻을 이루어야 한다. 이루지 못한 뜻은 허망이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한 번쯤은 뜻을 세운다. 가꾸지 않는 것이 문제다. 더 큰 뜻으로 키우고 가다듬어야 한다. 또한, 실현의지와 과정이 없으면 망상이 되고 만다.

필자는 논산에 있는 강경상업고등학교에 다녔다. 1920년에 개교한 학교로 역사가 깊다보니 교정 곳곳에 전통 학문이나 진리, 교육 목표,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학교 다닐 때 교훈은 '성실'이었다. 학교의 교육이념, 목표가 정성스럽고 참된 인재양성이란 뜻이었을 게다. 참되고 열성적인 삶은 변함없이 중요하다. 거수경례할 때 붙이는 구호도 '성실'이었다. 삼년동안 열심히 외쳐댔지만 얼마나 지키고 살았나, 돌아보게 된다.

교문에 들어서면 '立志大成'이라 새긴 선돌이 정면에 있었다. 뜻을 세워 크게 이루라는 의미라고 배웠다. 지금은 그 자리에 '誠實'이라 새겨진 교훈석이 자리하고 있고, 입지대성 석은 '입지원'이란 정원으로 옮겨져 있다. 소박하지만, 입지가 성실이라고 생각했다. 정성스럽고 거짓 없는 진실 된 삶같이 아름다운 삶이 어디 있으랴.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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