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충청은 영호남을 쳐다만 볼건가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충청은 영호남을 쳐다만 볼건가

윤희진 서울본부 부국장

  • 승인 2024-10-16 08:55
  • 수정 2024-10-16 21:30
  • 신문게재 2024-10-17 18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윤희진 중도일보 서울본부 부국장
윤희진 부국장
영남은 강하다. 고대 낙동강 동쪽의 진한과 서쪽의 변한에 이어 서라벌(경주)을 중심으로 한 신라와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 정계와 학계 등의 주류였던 영남학파의 본고장이다.

많은 나라가 흥망했지만, 영남 땅에서 태동한 권력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인이 된 박정희 대통령에서부터 전두환·노태우·김영삼·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까지. 소속 정당이나 고향이 다를 수 있지만, 모두 영남이 배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한강 일대에 있던 십제(十濟: 백제 초기 국호)로 태동해 당시 마한을 통합하면서 호남 일대로 세력을 확장한 후 백제, 통일신라, 후백제에 이어 고려와 조선의 한 축이 됐다. 영남학파와 견줄만한 학파나 여러 분야에서 쌓은 영향력은 다소 비교가 되지만, 정통 호남인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영남 출신인 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호남과 영남 모두 예전과 같진 않다. 올해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는 광주·전남 중심의 ‘호남’을 상당히 의식하며 주도권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 부울경 역시 보수 정치권력의 주도권을 놓고 대경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김대남, 명태균 등 쏟아지는 논란에 대경과 부울경의 반응이 묘하게 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지만 영남 대 호남 경쟁 구도에선 여전히 변함없다. 지역 이익 앞에서는 곧바로 태세를 전환해 단일 전선을 형성한다. 더 주목할만한 건 영호남이 경쟁과 경계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 서슴없이 손을 잡고 이익을 철저히 챙겨간다. 충청과 강원, 제주 등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다.

올해 9월 전남과 경북은 서울 광화문광장 일원에서 ‘영호남 상생협력 화합대축전’을 열었다. 올해로 3년째다. 대구와 광주는 2013년부터 '달'구벌의 대구와 '빛'고을의 광주를 의미하는 달빛동맹을 통해 여성·문화·예술·청년단체 교류는 물론 공항과 철도 등 대규모 사업도 함께 대응한다.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는 올해로 18년째 이어오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동서화합 영호남 문화예술관광 박람회도 함께 열고 있다. 경북과 전북이 함께하는 영호남 관광교류전, 영호남 공동학술대회, 대구·광주 공무원 교류 방문, 영호남 공무원 한마당 축구대회, 영호남 청년작가 아트전, 심지어 영호남 운전공무원 체육대회, 울산 동구청과 전남 목포시 고향사랑기부금 교차기부 행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교류가 활발하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영호남수산’이라는 횟집까지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호남동행’이 있다. 국민통합과 친(親)호남정당을 거듭나기 위해 호남에 제2 지역구를 가진다는 것으로, 22대에서도 국회의원 68명을 호남에 배치했다. 구체적인 효과를 놓고선 이견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영호남 모두 덧셈의 정치다.

그러나 영호남의 행보에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제2 중앙경찰학교를 놓고 영호남 시·도지사를 공개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광주와 전남·북, 대구와 경남·북 등 6개 시·도는 전북 남원에 경찰학교 유치하는 게 ‘동서화합의 사례’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충남 아산시에 경찰병원과 경찰대학, 경찰인재개발원이 있는 만큼 경찰학교가 아산이나 가까운 예산군에 들어설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게 상식이라 할 수 있다. 김태흠 지사가 "해괴한 정치적 논리”라고 성토한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영호남이 서울과 수도권 못지않게 혜택을 누려온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치권력을 잡고 국정을 운영해본 만큼 영남과 호남은 이제 한반도 전체 지도를 놓고 국가를 생각할 줄 아는 넓은 혜안(慧眼)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충청 역시 ‘배려와 안배, 홀대와 소외’에 기대거나, 내부에서 사사건건 독설을 내뱉는 속 좁은 행태를 멈추고 영호남과 수도권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 결집에 집중할 때다.

윤희진 서울본부 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