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본질에서 출발하는 축제를 해보자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본질에서 출발하는 축제를 해보자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4-10-16 16:22
  • 신문게재 2024-10-17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권선필 교수
권선필 교수
가을철 지역축제가 한창이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축제소식으로 아우성이다. 축제를 주도하는 단체장과 공무원들은 방문객을 유치를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끝나면 몇 만이 방문했니, 경제효과가 얼마니 하고 자화자찬하는 보도가 뒤 따른다. 아직도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단체장과 공무원들 그리고 이를 위한 예산을 승인해주는 지방의원들은 제발 정신을 차리면 좋겠다.

대전에서도 0시축제에 대하여 시장과 대전시와 민주당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지역축제의 본질적 기능과 그 의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시장과 민주당 간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축제에 투입된 예산과 축제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방문객수 등과 같은 정량적인 결과에 대한 논쟁이다. 투입된 예산이나 축제 방문객은 정량적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이므로 정확하게 확인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허위나 과장이 있다면, '속이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처럼 축제 추진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축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투입 예산이나 방문객 수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앞으로도 지역 축제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지금 보다 더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 축제를 해야하는가'와 같은 본질적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축제를 '인프라 확충'이나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한다는 천박한 생각을 할 때 축제는 그에 걸맞는 겉 멋과 규모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하지만, 경제적 초점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문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과 상업화는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소속감이나 자긍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축제가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지역 주민의 참여가 소홀히 여겨지고,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상업화에 휩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제외하고는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부흥시켰다고 하는 역사적 사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종교에 기반을 둔 도시나, 우리나라의 절아래 동네 사하촌처럼 축제-정확히는 종교적 의례-와 관련하여 지역이 '생존'은 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오늘날 생각처럼 돈을 벌고 '번영'을 하였다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축제는 본질적으로 생산적 활동이 아니다. 먹고 마시고 노는 소비적 활동이 그 본질이다. 수천년 인류 역사를 통해 왜 먹고 마시고 노는 소비적인 축제를 지속해왔을까?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해소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쁠 때만 축제를 여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참회가 함께 있어야만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다. 한 해를 되돌아 보며 고된 노동을 기억하고 그로 인해 주어진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 전통 축제였지 않은가.

집안에서 하던 회갑 잔치, 결혼 잔치, 장례식 등 축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일상 의례들의 본질도 지금이 있게 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선 상에서 매듭을 짓는 자리였다. 이 것이 진정한 잔치의 자리이고 축제의 자리가 가지는 본질이 여기에 있다.

이제 남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축제, 아니 나를 위한 축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축제를 기획하면 된다. 아래로 부터 올라오는 축제가 진정한 축제가 된다는 말이다. 시민의 슬픔과 고통이 담아 낼 수 있고, 이를 풀어줄 수 있는 축제가 되면 저절로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다.

축제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감정과 생각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된 마을 축제가 있어야만 진정한 도시 축제가 나올 수 있다. 마을 축제 없이 전문가들과 공연예술인들이 만드는 축제, 결국 시민을 관람객으로 만드는 축제는 비용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체성 없는 축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3.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4.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5.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1.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2.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3. 한국산업은행 세종지점, 어진동 단국세종빌딩에 둥지
  4. 세종충남대병원, 지역 보건의료 개선 선도
  5. 세종청년센터, 2025 청년 도전과 성장의 무대 재확인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