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교육, 속도보다 방향이어야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교육, 속도보다 방향이어야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4-10-28 17:00
  • 신문게재 2024-10-2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2023년 교육계엔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큰 일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고 그로 인해 학교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현장의 불만과 울분은 뜨거웠고 이례적으로 속도감 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그 요구가 완전히 관철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기대했던 결과가 나타났다. 생명과 맞바꾼 것과 다름없는 그 변화들은 그만큼 소중하고 귀하다.

2024년 교육계도 소란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만큼 사건사고는 덜하지만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앞둔 교육정책이 현장에 뿌려지고 준비를 하면서다. 늘봄학교는 발표와 동시에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킨 정책 중 하나다. 아이를 학교에서 오랜 시간 돌볼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까닭이다. 부모가 정시에 퇴근해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저녁 있는 삶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끝내 일부의 의견으로 남았다. 수많은 논란과 비판 속에 늘봄학교는 2학기 전면시행됐다. 대전에선 2023년 시범운영을 하면서 그나마 진통이 덜하다. 시범운영 과정서 이미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덕분이기도 하다.



2024년 한 해를 두 달여 앞두고 교육현장은 여전히 날이 서 있다. 교육계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늘봄정책을 앞당겨 전면시행하겠다고 했을 때와 묘하게 닮았다. 교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설익은 논의다. 현장이 우려하는 지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 없이 그저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 "현장이 의견을 듣겠다"는 동문서답, 임기응변식 대답이 전부다. 논의와 숙의를 거친 정책 추진은 더디고 느리지만 그만한 가치가 분명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이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AIDT에 대한 우려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등장했다. 고민정 의원은 국정감사와 그에 앞서 전국 시도교육감에게 AIDT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며 당장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의 반발과 우려는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역력했다. 당장 교사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전국 각지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AIDT의 실물은 나오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세계 최초 AIDT 타이틀에만 매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AIDT의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갈린다. AI와의 공존을 피할 수 없는 시대 AI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도입하려는 AIDT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선 분분하다. 이런 마당에 속도전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교육현장은 시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단단해지고 있다. 속도보단 방향이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3.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4.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5.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1.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2.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3.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4. '성찰 다이어리'와 '21일 좋은 습관 만들기'에 쑥쑥… 대전동문초 인성교육 호평
  5.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만든 따뜻한 한포기, 지역사회로 전하다

헤드라인 뉴스


이대통령 "위대한 용기, 12월 3일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

이대통령 "위대한 용기, 12월 3일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3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행동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특별성명, ‘빛의 혁명 1주년을 맞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을 함께 기념하고 더 굳건한 민주주의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21세기 들어 대한민국과 비슷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것..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