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향기롭고 따뜻한 새 봄을 기다리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향기롭고 따뜻한 새 봄을 기다리며

서천 송림초등학교 이근주 교사

  • 승인 2024-10-31 14:43
  • 신문게재 2024-11-01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41031_서천 송림초 교사 이근주
이근주 교사
'향기롭고 따뜻해서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너희들이 온 거였구나.'

오랜만에 1학년 담임, 그리고 난생 처음 교무업무를 맡아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만 늘어가던 2월의 어느 날. 그래도 '정신 차리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늘 도움을 받아오던 교사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막 검색하던 중 어떤 선생님이 올려놓은 이 글을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출처를 알 수는 없지만 마음에 콕 박혀버린 이 글귀를 통해 내가 처음 교사가 되고 싶었던 때를 떠올리게 됐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던 나는 동생들이나 어린아이들을 잘 돌보았고 그렇게 잘 놀아줘 그런지 아이들도 나를 참 잘 따랐다.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었는데 아이들하고 있으면 늘 즐거웠고 활발하게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나를 보고 그 시절 어른들은 '선생님이 되면 참 잘 할거야'라고 칭찬해주셨다. 이런 칭찬 덕분에 나의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교사'였고 감사하게도 별 어려움 없이 지금껏 꿈을 이루며 지내온 시간이 흐르고 흘러 벌써 24년차에 이르렀다.

드디어 3월의 첫 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부모님의 손 꼭 잡고 입학식장에 들어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눈맞추며 '향기롭고 따뜻한 봄인 너희들을 환영한단다'라는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줬다. 처음 학교에 온 아이들이 학교를 '낯선 곳'이 아닌 '행복하고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중점적으로 두 가지 활동을 운영했다.

첫 번째로 중점을 둔 것은 책과 친해지는 독서활동이었다. 3월 첫 주부터 학교도서관에서 매일 2권씩 책을 빌려와 자리에 바르게 앉아서 책 읽기 활동을 진행해 보았다. 칠판에 '도서관에서 책 빌려오기'를 써 놓았더니 아이들은 등교하자마자 바로 도서관에 가는 것이 익숙해졌고 습관화됐다. 몇 주가 지난 후부터는 빌려온 책 중에서 매일 한 권씩 읽어주기 시작했다. 실물화상기에 책을 올려놓고 한 장 한 장 그림을 보여주며 실감나게 읽어줬더니 아이들이 엄청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매일 1교시는 선생님이 책 읽어주는 시간으로 시작하게 됐고 2학기부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읽을 수 있게 했는데 아이들은 가끔씩 '선생님 책 읽어주세요'라며 동화책을 들고 오곤 했다. 그러면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책 속으로 푹 빠지곤 했다. 그렇게 12월이 돼서는 책 읽자고 말하지 않아도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책을 펼쳐 놓고 읽는 책 친구가 됐다.

두 번째로 중점을 둔 활동은 '동요 부르기'였다. 어느 날 우리 집 막내가 흥얼거리는 동요 노랫말이 너무 예뻐서 아이들에게 들려줬더니 아이들도 참 즐겁게 따라했다. 바로 '다섯글자 예쁜 말'이라는 노래였는데 아이들이 방과후 오카리나 시간에도 함께 연주할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가 됐다. 그 뒤로 '모두 다 꽃이야', '달팽이의 하루', '북극곰아' 등 아이들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아 노래도 부르고 신체표현도 하면서 심미적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 한 번만 더 불러요'라며 신나게 노래 부르는 아이들. 예쁜 마음이 커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학교 업무로 참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간 순간순간마다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책 덕분에, 함께 불렀던 동요 덕분에 힘낼 수 있었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참 행복하고 즐거운 1학년의 추억이었길 바라본다.

얘들아, 함께 읽는 책에 빠져들어 주인공과 이야기 나누고 동요를 부르면서 서로에게 함박웃음 짓던 우리 1학년 한 명, 한 명 모두 잊지 못할거야.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책친구, 동요친구와 함께 예쁘고 순수한 마음 잘 지켜낼 수 있지? 선생님은 또다시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남은 겨울을 알차게 보내려고 해. 향기롭고 따뜻한 봄을 선물해 준 너희들 정말 고마워./서천 송림초등학교 이근주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1조원대 'AI모빌리티' R&D사업추진심사 대상 지정
  2. 전국장애인체전 개막 D-7… 세종시, 역대 최다 메달 정조준
  3.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4. 인미동 "대전·충남행정통합, 시민과 함께 답 찾아가야"
  5. 세종시 사격팀 맹위… 전국장애인체전서 메달 싹쓸이
  1. 천안 K-컬처박람회, 주말 맞아 '가족·한류 맞춤형' 콘텐츠 쏟아진다
  2. 중기중앙회, '옐로우 플리마켓' 참여 소기업·소상공인 모집
  3. 천안시, 가을맞이 태학산 가족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
  4. 한기대 산학협력단, 'Best of CHAMP+' 성과평가 우수기관 선정
  5. 천안시, 제6기 주거복지위원 위촉…취약계층 주거안정 대책 논의

헤드라인 뉴스


[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커지는 기업, 가로막힌 확장…대전산단 ‘규제의 벽’

[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커지는 기업, 가로막힌 확장…대전산단 ‘규제의 벽’

사업을 확장하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역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역 산업의 기반이 돼야 할 산업단지가 입주업종 제한 규제로 기업의 이동과 성장을 되레 제약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전산업단지가 재생사업과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현행 규제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전·증설을 추진하지만 업종 제한 등에 막히고, 신규 기업은 입주를 희망해도 업종 제한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존 기업과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은 달..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1차 선도지구로 선정된 둔산14구역(한가람·한양)에서 '둔산동' 편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같은 생할권임에도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둔산동과 탄방동으로 나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서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신문고에 둔산14구역 한가람아파트와 한양아파트를 둔산동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됐다. 현재 둔산14구역은 행정구역상 탄방동에 속해 있다. 반면 14구역 인근에 위치한 13구역(크로바·목련아파트)은 둔산동이다. 두 구역이 인접해 있음에도 행정구역상 동이 나뉘어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5일 오후 4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인 중구 서대전 지하차도 일대. 공사장 통제요원의 호루라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통제요원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유도했지만 공사로 좁아진 도로에 차량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차량은 통행 안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듯 공사 구간 방향으로 잘못 진입했다. 이를 발견한 통제요원이 다급하게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을 향해 뛰어갔다. 요원이 손짓으로 통행 방향을 다시 안내하고 나서야 차량은 방향을 틀어 빠져나갔다. 그 사이 뒤따르던 차량들도 속도를 줄이면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