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청소년 SNS 폐해, 지켜만 볼 건가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청소년 SNS 폐해, 지켜만 볼 건가

  • 승인 2024-11-06 10:58
  • 수정 2024-11-07 09:01
  • 신문게재 2024-11-07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1387054387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n번방' 사건이다. 협박과 강압으로 성적 착취를 한 불법 촬영물을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범죄로,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법률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대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는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력까지 더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학생·교원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유포되는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적발되면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딥페이크 범죄'가 심각한 이유는 가해자와 피해자 대부분이 사춘기에 호기심과 욕구가 왕성한 10대라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신고된 학교 딥페이크 피해는 500여 건이 넘는다. 경찰에 검거된 성범죄자 중 80%가, 피해자 중 96%가 10대였다. 경찰 조사에서 "정말 합성이 되는지 궁금해서", "그냥 한번 그런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라는 가해자들의 진술을 보면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에 대해 '범죄'라는 경각심이나 죄의식 없이 단순히 놀이나 장난으로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폭력, 마약 구매, 사이버 도박 등 청소년들의 SNS로 인한 폐해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연령을 제한하는 법안을 연내 도입을 추진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했다. 뉴욕주는 미성년자 SNS에 알고리즘 추천 게시물이 노출되는 것을 금지했고, 프랑스는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등교 후 스마트폰을 압수하며, 영국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 SNS 계정 만드는 것을 제한했다.

플랫폼도 나섰다. 인스타그램은 10대가 쓰는 계정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해 아무나 연락해 오지 못하게 하고, 성적이거나 자살·자해에 관한 콘텐츠는 알고리즘 추천에서 제외하도록 적용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를 시작으로 내년 1월부터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해 스마트폰도 담배처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은 청소년의 SNS 폐해 예방대책이 가장 시급한 나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스마트폰 보급이 굉장히 빠르고 폭넓게 진행돼 1~2년 사이에 완전히 스마트폰 세상으로 탈바꿈했다. 인구수 대비 보급률을 보면 2011년 3월 20%에서 2013년 12월에는 75%, 2017년경부터는 세대를 떠나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특히 지금의 10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세대다. 놀이, 학습, 인간관계 등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져, 이들의 디지털 친화력은 기성세대인 필자는 짐작조차 힘들 정도다. 스마트폰 및 SNS 중독도 심각한 수준이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유·아동 4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숏폼 이용자 23%는 '숏폼 시청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는데, 청소년은 이 비율이 37%로 더 높았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 저서에서 1996년 이후에 태어나 가상 세계에서 사춘기를 보낸 첫 세대인 Z세대를 불안과 우울증, 자해와 자살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대폭 증가한 '불안세대'라 정의했다. 그는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대체된 '아동기 대재편'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신체 놀이와 스릴 넘치는 모험·실수와 실패·좌절·관계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 등을 충분히 마주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불안정하고 취약해졌다는 것. 그는 해법으로 14세 전까지 스마트폰 사용 금지, 16세 전까지 SNS 사용 금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 감독받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 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SNS 이용 제한 법안들이 여러 개 발의됐다. 강제적인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갈수록 폐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보면서 손 놓고 있어서도 안된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나고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KakaoTalk_20241031_16590465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4.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5.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1.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2.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체계 돌입
  3.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4. 대전 학교급식 공동구매 친환경 기준 후퇴 논란
  5. LH, 미분양 주택 매입 실적…대전·울산·강원 '0건'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충남도가 이번엔 18개 기업으로부터 4355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또는 부단체장, 박윤수 제이디테크 대표이사 등 18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18개 기업은 2030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28만 9360㎡의 부지에 총 4355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이전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기계부품 업체인 이화다이케스팅은 35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서..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23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경 보람동 시청 2층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 안팎에선 출마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이 전 시장 스스로도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내 시장 경선 구도는 이 전 시장을 비롯한 '고준일 전 시의회의장 vs 김수현 더민주혁신회의 세종 대표 vs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 vs 홍순식 충남대 국제학부 겸임부교수'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