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이분법과 진리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이분법과 진리

  • 승인 2024-11-10 11:02
  • 수정 2024-11-13 17:23
  • 신문게재 2024-11-11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이승현증명사진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서양 철학사는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플라톤 철학의 관념이 서양철학사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였음을 의미할 것이다.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비유'는, 동굴 속에 사는 사람은 태양에 비친 그림자밖에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태양이 모든 진리와 지식의 근원이 되는 선(善)의 이데아라면, 그림자는 선의 이데아를 불완전하게 표상한 모방물에 불과하다. 태양과 그림자, 선의 이데아와 모방물과 같은 플라톤의 사고방식은 이분법적 사고에 가깝다. 선(善)과 악(惡), 천사와 악마, 천국과 지옥, 이성과 감성 등 플라톤의 이분법적 관념은 서양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다단한 세상, 그리고 인간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분법으로 세상과 인간을 나누어 이해하려는 방법론을 취하는 순간 그 자체로 진리에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신(神)이 아닌 이상 이분법적 방법론을 버릴 수는 없다. 이분법을 벗어난 모든 예외의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이분법적 방법론이 진리가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리를 위해 이분법적 방법론을 취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John Rawls)는 "사회의 모든 가치(자유, 기회, 소득, 부, 인간의 존엄성 등)는 원칙적으로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하며, 불평등한 가치의 배분은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정의롭다."라고 말했다. 즉,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평등하게 누려야 하지만, 이렇게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도록 할 경우 발생하는 불평등은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스가 이러한 정의 원칙을 도출함에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상정한다. 롤스는 원초적 상태에서 인간은 저마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합의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원초적 상태에서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의 차이 등을 전혀 알지 못할 때 공정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며, 공정한 합의를 위해 서로를 알지 못하게 아는 '베일'을 드리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지의 베일'을 드리우는 것을 상정하면 앞서 말한 정의의 원칙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롤스가 말하는 정의 원칙은 '무지의 베일'이라는 가상의 산물로 어쩌면 현실과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롤스의 정의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는 앞서 인간이 모든 예외의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분법적 방법론을 버릴 수 없듯이, 모든 현실의 예외를 상정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롤스의 정의론은 그 자체로 진리일 수는 없겠지만, 한계가 있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우리는 결코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이분법적 방법으로 진리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이분법적 방법이라도 취해서 나누어 놓지 않으면 도저히 생각을 발전시킬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분법적 방법을 취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힐난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분법적 방법론을 취한 것을 넘어 이분법적 방법론에 마치 진리인 양 도취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어디까지 진보이고, 어디까지 보수인지 명확한 구분이 가능할까? 진보냐, 보수냐라는 이분법적 방법론을 취하되 이는 논의의 편의를 위한 방법론에 불과할 뿐 진리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개학 코앞인데, 공사장 통학로에 무단 태극기 게양까지
  2. TK까지 올라탄 행정통합 열차…대전·충남만 골든타임 놓치나
  3. [라이즈人] 정철호 목원대 라이즈사업단장 "인문·사회·문화예술 강점으로 지역 풍요롭게"
  4. [중도일보-세종선관위 공동기획 '지방선거 포커스①'] 사전투표 장비 점검
  5. [사이언스칼럼] 유연한 '두쫀쿠', 엄격한 '한쫀쿠'
  1. 헌신·희생 실천 교정인의 이름 새긴 대전교도소, '명예의 벽' 설치
  2. 대전중심 회생법원시대 개원…도산사건 빠르고 전문성 높여
  3. '할머니-아버지-딸' 3대 뜻 이어 KAIST에 50억 익명 기부 화제
  4. 충남·대전 공공기관 이전 빨간불?…통합 무산 우선권 차질
  5. 대전교육청 2026년 주요 정책은? 민주시민교육·돌봄 확대·국제교육원 설립 등

헤드라인 뉴스


개학 코앞인데, 공사장 통학로에 무단 태극기 게양까지

개학 코앞인데, 공사장 통학로에 무단 태극기 게양까지

새 학기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대전 일부 초등학교 주변 환경이 여전히 정비되지 않아 학생 안전과 면학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대덕구 화정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서는 오정동 하수관로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개학을 앞둔 시점임에도 공사 자재와 장비가 도로변에 남아 있고, 학교 방향 보행 동선도 제한된 상태다. 해당 사업은 오정동과 홍도동 일원 3139가구를 대상으로 추진되며 2026년 8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구간별 세부 일정은 명확히 안내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화정초 정문..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통합 결의대회…"통합 기회 다시 찾아오겠다"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통합 결의대회…"통합 기회 다시 찾아오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27일 "앞에선 찬성 뒤로는 반대, 충청홀대 중단하라"며 대전충남 통합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 지역 기초의원들과 당원들은 이날 대전시청 북문 국기게양대 앞에서 '20조 지원·공공기관 이전 걷어찬 매향노 5적 규탄 및 대전충남 통합 결의대회'를 열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농성은 내달 4일까지 6일간 35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우리 청년들의 미래와 지역의 명운이 걸린 '통합의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지역의 미래와 20조를 걷어찬 무책임한 정치를 규탄하고, 통합의 불씨를 다시..

대화와 타협 사라진 정치, 여의도에 다시 등장한 ‘운정 김종필’
대화와 타협 사라진 정치, 여의도에 다시 등장한 ‘운정 김종필’

김종필기념사업재단과 백제개발문화연구원을 통합한 ‘김종필문화재단’이 26일 공식 출범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에 달한 정치권을 향해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했다. 2025년 통합한 재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통합 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인 ‘김종필문화재단 새출발, 재도약 다짐 오찬’을 열고 정식 출범을 알렸다. 행사에는 조부영 재단 이사장과 김희용·나경원 부이사장, 추재엽 사무총장을 비롯해 96세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상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국회의원 등 JP를 기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 파크골프 인기에 파크골프장 주변 불법주정차 극성 파크골프 인기에 파크골프장 주변 불법주정차 극성

  •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