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직장인은 고향사랑기부제 안 하면 바보라니까요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직장인은 고향사랑기부제 안 하면 바보라니까요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 승인 2024-11-10 11:24
  • 신문게재 2024-11-11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
고두환 대표
연말정산에 참여하는 직장인은 2천만 명이 훌쩍 넘는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존하는 기부제도 중 혜택이 가장 크다.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데 3만 원짜리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연말정산에 참여하는 직장인은 안 하면 바보인 셈이다.

고향과 답례품이라는 단어 때문에 일부 직장인들은 고루한 느낌을 갖는다. 예컨대, '나는 고향이 없는데', 혹은 '나는 서울이 고향인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내가 기부하는 지역을 '내 마음의 고향'이자 여기자는 캠페인성 구호를 내포한다고 이해하는게 좋다. 답례품은 왠만한 쇼핑몰에 비견될만큼 다양하다. 3만원짜리 답례품 중에는 구이용 한우와 돼지고기, 햅쌀과 김장 김치, 지역사랑상품권과 각종 관광할인권도 있다. 기부 편의를 위해 다양한 간편 결제를 제공하고, 일부 플랫폼은 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해 650억 원이 훌쩍 넘는 고향사랑기부금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라 불린다.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직장인들은 공제와 각종 혜택에 민감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택이 전부는 아니다. 공제도 결국 내가 낸 세금을 돌려받는 셈이다.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통해 해체 위기에 놓인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단을 살렸다. 경·중증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야구 규칙을 배우며 의사소통과 훈련이 이뤄지는 야구단은 대기업의 지원이 끊기고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광주 동구는 모금 내내 기부금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운영 중인지를 끊임없이 위기브에 의뢰해 알렸다.



6세 무렵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김민성 씨는 홀로 외출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야구장을 오가며 버스 번호를 외우고, 밥을 사먹고, 홀로 귀가할 수 있게 됐다. 야구를 대화 소재로 타인과 대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법도 익혔다. 김 씨는 복지시설에 취업하기에 이른다. 영화 소재로 다룰만한 진귀한 스토리다.

전라남도 영암군은 20년 만에 소아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구 소멸로 문을 닫은 소아과를 재개할 때의 감동은 진했다. 영암군에 사는 부모와 아이는 병원을 가려고 지자체의 경계를 넘지 않아도 된다. 강원도 양구군은 태풍 피해를 입고 낙과된 농산물을 상품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애플사이더비니거 같은 시제품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행정은 실패를 용납하기 어렵고, 효율과 효용을 중심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위와 같은 진귀한 사례들은 선택되고 집행되기 어려운 정책들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에서 심장과 동맥이라고 볼 수 없지만, 모세혈관처럼 심장과 동맥의 역동성을 누구보다 잘 보듬을 수 있는 제도인 셈이다.

12월부터는 민간 플랫폼이 전면 개방된다.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액티부키, 위기브가 참여한다. 기부하기 편해지고 혜택도 다양해진다.

직장인이라면 10만원 내고 13만원 돌려받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3만원 돌려받자고 귀찮은 과정을 겪고 싶지 않은 직장인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가지고 오는 선순환을 기억해 보자. 발달장애인 야구단 활동을 통해 돌봄의 취약계층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납세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난 김민성 씨가 있다. 소멸되는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숨 넘어가듯 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인근 도시로 병원을 가야했던 영암맘은 이제 집 근처 소아과를 마실가듯 다닐 수 있게 됐다. 고향사랑기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모든게 12월에 몇 분만 투자하면 가능하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 대전의 심장 3대 하천, 관광 수상스포츠 도시로
  2.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순항'
  3. 매출의 탑 로쏘㈜, ㈜디앤티 등 17개 기업 시상
  4.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5. 소진공, 2024 하반기 신입직원 31명 임용식
  1.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세종권역 희귀질환전문기관 심포지엄 성료
  2.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3. 정관장 'GLPro' 출시 한 달 만에 2만세트 판매고
  4. 한밭새마을금고, 'MG희망나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진행
  5. 대전 여행업계, 명절 특수에 중국 무비자 정책까지 기대감 한껏

헤드라인 뉴스


문턱 낮아지는 정부 규제… 대전 미술관 추진동력 기대

문턱 낮아지는 정부 규제… 대전 미술관 추진동력 기대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행정절차가 완화되면서 대전시의 굵직한 사업들이 추진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사전평가 사무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로 이양되지만, 여전히 정부의 권한이 강해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신규 설립에 대한 사전평가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이달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가 기능의 지방 이양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시장 위축 및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아 내년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투자계획 조사' 결과,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는 기업이 56.6%, '투자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11.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로봇·센서로 방사성핵종 분리한다… 원자력연 세계 최초 개발
로봇·센서로 방사성핵종 분리한다… 원자력연 세계 최초 개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 연구진이 방사성폐기물 안전 처분을 위한 신개념 방사성핵종 분리 장치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로봇과 센서를 활용해 핵종을 분리하는 기술로 빠르고 효율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원자력연은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이종광 박사팀이 신개념 분리 장치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땐 방사성핵종 분석을 필수로 진행하는데, 분석은 다시 전처리·분리·계측 과정으로 나뉜다. 이종광 박사팀은 분석 단계 중 분리 장치를 개발했다. 핵종 분리는 방사성폐기물을 녹인 시료에 특정 핵종과 반응하는 시약을 투입해 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 아름답고 더 화려하게’ ‘더 아름답고 더 화려하게’

  • 추울 땐 족욕이 ‘최고’ 추울 땐 족욕이 ‘최고’

  •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