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52- 보령 천북 겨울 진미 돌에 핀 꽃 석화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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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52- 보령 천북 겨울 진미 돌에 핀 꽃 석화구이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11-11 16:49
  • 신문게재 2024-11-12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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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천북항. (사진= 김영복 연구가)
폭염으로 시달린 지 어제 같은데, 길가에는 나뭇잎이 단풍으로 예쁘게 물들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 진다.

굴은 겨울이 제 맛이라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생각나는 것이 굴이다. 그래서 좀 이르기는 하지만 서해안에서 제일 유명한 천북 굴을 맛보러 가기로 했다.

천북 굴은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일명 '수문개마을'에 가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천북 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수문개마을은 굴을 채취하던 아낙네들이 날씨가 추워 장작을 피우다가 굴을 그 위에 올려 구워먹으면서 천북 지역 특산음식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1992년부터는 적은 양이지만 굴 밭에 나가 굴을 채취 해 비닐하우스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연산 굴 구이를 팔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예전에 보령의 뱃사람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배 위 화로에서 구워 먹던 것이 유래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후 2010년 초반 이후부터 천북굴구이단지가 형성되게 되었다.

천북굴구이단지는 천북면 북서부의 장은리 서부 해안에서 천수만에 연해 있다. 인근에는 북동쪽에 어망동마을이 있고, 북쪽에 천북선착장이 있다. 천북선착장은 남북 방향으로 개설되어 있는 홍성보령방조제로 연결된다. 홍성보령방조제는 천수만의 천북면 쪽 유입부를 막은 것으로 홍성군 서부면으로 연결되어 있다.

천북굴구이단지는 천수만 연안에서 천수만과 안면도 및 홍성보령방조제 안쪽의 홍성호를 바라보고 있어서 해안 풍광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초겨울이 되면 천북항 주변에 자리한 70여 개의 굴구이집이 성업한다. 굴구이집은 식당이나 포장마차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수문개마을'을 비롯한 천수만 일대가 바닷물과 민물이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미네랄이 풍부하고 또한 일조량도 많기 때문에 천북 굴은 크기는 작지만 비린 향이 안 나고 향긋한 굴 향이 진하게 나 그 맛에 매료되어 식도락가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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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복 굴 단지. (사진= 김영복 연구가)
사실 이곳 천북 굴 단지에서는 사시사철 굴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겨울 내내 최고로 신선하고 맛있는 굴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맘때가 되면 살이 꽉 차오르는 굴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예로부터 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해산물이다. 특히 해산물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에서도 유독 굴만은 생으로 먹을 정도다.

영국의 성직자이며, 역사가 토마스 플러(Thomas Fuller)는 "사람이 날로 먹을 수 있 는 유일한 육류가 '굴'이다" 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유럽에 있어 생식하는 유일한 해산물로'굴'이 인식되어 있었던 것 같다.이미 로마시대부터 '굴'을 양식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지금도 '미국' 동해안 에는 이 '굴' 전문 레스토랑들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굴을 먹으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 말이 있을 정도로 남성들에게는 자양식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 속담에는'배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 고 할 정도로 영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방이 적고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만점이고, 맛도 좋은 굴은 8월까지의 산란기를 끝내고 가을에 살이 차기 시작해 겨울이 되면 최적의 상태가 된다. 그래서 11월에서 2월까지 잡히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천수만 갯벌에서 자란 천북굴은 여러 개의 작은 굴이 다닥다닥 붙은 형태다. 울퉁불퉁 거친 껍데기를 까면 통통하고 노르스름한 잿빛 속살이 드러난다. 비록 남해안 양식굴보다 씨알은 잘아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굴 맛도 맛이지만 네댓 개가 함께 붙어 있는 것도 있어 굴 까는 재미도 제법 솔솔 하다.

천북굴구이는 바다 속에서 3~4년 자라 어른주먹만한 굴을 큰 그릇에 하나 가득 담아 놓고

숯불위 석쇠 위에 굴을 껍질 째 소북이 올려 진다. 그리고 양손에는 장갑을 끼고 앉아 있으면 "탁","탁". 흡사 난타에서 들었던 리듬마냥 굴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신나게 익어간다.

굴을 굽다보면 석회석 가루가 하얗게 날리면서 어느덧 온몸은 하얗게 재를 뒤집어쓴다.

대략 3분 정도 구으면 껍질이 벌어지고 뽀얀 국물과 함께 속살이 드러난다. 그러면 뾰족한 칼로 뜨거운 굴 껍질을 확 벌리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속살을 꺼내 초고추장에 하나씩 떨어 뜨려 준다.

가게 안은 석쇠에서 굴이 갈라지는 소리와 굴 까먹는 소리가 어우러지고 굴 껍데기가 불길에 타면서 가끔 퍽퍽 파열음을 터뜨리고 그때마다 일명 석화라 불리는 굴을 또 다른 돌 꽃인 재를 뒤집어쓰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장소다.

굴 특유의 짭짜름한 맛에 숯불에 익으면서 고소함마저 얹혀 져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함이

소주 안주로 최고 일 것이다.

천북지역에서는 굴구이 외에도 굴의 향기가 가득한 굴국수와 굴밥, 굴 탕수육, 굴보쌈, 굴회, 굴전 등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굴을 한문으로 석화(石花)라고도 부른다.

굴은 껍데기가 2개인 '이매' 연체동물의 2장의 조개란 뜻(패)의 이매패 이다.

2개중에 1개의 조개껍데기중 왼쪽 1개는 암석에 달라 붙어있고, 여닫이를 하는 껍데기 는 오른쪽 껍데기다.

조간대에 사는 굴은 심한 온도차와 건조함을 이겨내기 위해 썰물에는 입을 꽉~닫는다.

굴 철에 굴을 따고 지나간 자리에는 납작한 한 장의 굴 껍데기가 하얗게 보이고 멀리서 보면 검은 바위위에 하얀 조개껍데기 자국이 다닥다닥 널려 있어서 '돌꽃' 즉 '석화'라고 부른다.

이 석화(石花)라는 이름은 조선 중기 기인(奇人)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을 때, 진묵(震默1562~1633)스님이 나타나 신통묘술(神通妙術)과 기종이적(奇踪異跡)을 많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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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구이. (사진= 김영복 연구가)
진묵(震默)스님이 망해사(望海寺)를 창건하고 계실 때 절이 바닷가가 바로 앞에 있어 해산물을 접한 기회가 많았는데 하루는 굴을 따서 먹으려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왜 스님이 육식을 하느냐며 시비를 걸자 진묵 스님은 이것은 굴이 아니라 석화(石花 : 바위에 핀 꽃)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석화의 어원이 진묵과 얽혀 있다고 전해진다.

스님은 신통력을 발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인처럼 술을 곡차(穀茶)라고 하면서 마시고, 무애행 잘하기로 유명하며, 스스로 비승비속(非僧非俗)임을 자처했다.

서해안 갯바위에 핀 꽃 석화(石花)는 자연산 굴을 일컷는 말이다.

그러나 껍질이 반쪽 붙여 있는 것은 석화라 하고, 껍질까지 깐 것을 '알굴' 또는 '굴'이라 부른다. 한편 굴 양식에서 수하식으로 기른 것은 그냥 굴이라 하고, 투석식으로 기른 것도 석화(石花)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에서도 '굴'을 먹은 역사는 유구하다. 이미 '부산 동삼동'과 '강화 도'의 조개무덤에서'굴' 껍데기가 많이 출토 되고 있는데, 개중에는 아기머리만큼 큰것도 있었다.

송나라 사신의 사행(使行)기록인『고려도경(高麗圖經)』에도 고려사람이 상식하는 어패류로서 '굴'이 거론 되고 있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도 굴과 조개 먹으면서 바다에 살고 싶다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굴을 먹어왔다.

조선 태조 때부터 진상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이 들어서자 갑자기 생긴 젓갈이 아닐 테니 그 역사가 족히 7백 년을 넘는 음식인 셈. 세종은 수라상에 어리굴젓이 없으면 수라를 못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 굴젓에 고추를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규보(李奎報)의『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강원도를 제외한 7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고, 조선조때에 '허균(許筠)'이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보면, 동해의 '함경 도 고원(高原)과 문천(文川 )'에서 나는 '굴'이 크고 좋은데 맛은 서해안에서 나는 것 보다 못 하다고 하였다. 특히 '굴' 가운데 해가 돋는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는 놈을 보면 '굴' 따는 여인들이 얼굴을 붉히며 치마속에 감추느라 허겁지겁 한다던데, 남편들에 게 이걸 먹이면 밤새워 보채는 사랑의묘약(妙 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이 쉽게 채취할 수 있었던 조개류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충청도의 공주목과 홍주목 등지에서 난다고 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는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도의 해안가 고을 70곳에서 난다고 했다.

한반도의 3면 바닷가에서 채취할 수 있었다. 굴을 캘 때 관아에서 '석화막(石花幕)'이란 막을 설치해 주었기 때문에 약간의 세금을 거두었다.

석화는 석화탕(石花湯)·석화해·석화채(石花菜) 등 다양하게 만들어 먹었다. 날것으로 석화탕을 끓여 먹기도 하였는데, 겨울에 왕의 몸을 보호하는 음식이었다. 또 날것과 채소를 섞어 석화채를 만들어 왕에게 올렸다.

가장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맛을 냈던 음식은 굴젓 즉 석화해(石花)였다. '굴젓'인 석화해는 날것을 진상하지 못할 때 왕실에 올렸던 음식이다.

1924년 이용기(李用基)가 펴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석화해를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먼저 바닷물을 제거하고 독에 담아 굴 1말에 소금 7되를 켜켜이 담아 만들었고, 이때 소금을 적게 넣으면 굴이 형체를 잃어버린다고 하였다. 굴젓으로는 장굴젓[醬石花]·물굴젓[水石花]·어리굴젓[淡石花] 등이 있었다.

천북의 굴단지는 보령의 최북단 홍성 방조제 인근에 있는 굴 전문점 집약 단지로 겨울철 별미인 굴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천북 굴은 사현포도, 간자미 무침, (돌)김, 키조개, 주꾸미, 꽃게 등과 함께 보령 8 미 중 하나다. 천북 굴 단지에는 굴 전문 음식점들이 천수만 바다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이 곳은 가게 74개가 모여 있으며 하루 1만여명이 찾아 와 굴 구이 등을 즐긴다고 한다.

천북 굴 단지의 대표적인 요리인 굴 구이 외에도 굴과 함께 몸에 좋은 잡곡을 넣고 돌솥에 한 굴밥은 달래 간장에 쓱쓱 비벼서 갓 구운 김이나 어리굴젓을 올려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돌아 올 정도로 맛이 있다.

특히 돌솥에 나오므로 밥을 푸고 남은 누릉지는 탕을 해서 입가심을 하는데, 구수하니 좋다.

이외에도 고소한 굴전과 굴찜, 굴 칼국수, 굴회 등 다양한 요리로 굴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석화는 바다의 우유라 할 만큼 영양적으로 우수한데, 단백질이 7.6% 정도 함유되어 있고, 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는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히스티딘이 풍부하다. 당질은 4.0%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글리코겐으로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좋다. 또 석화에는 비타민과 무기질도 많아 회분이 약 3.3% 포함되어 있는데, 무기질 중에는 칼슘, 철 등의 함량이 특히 높고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A, B1, B2, B12 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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