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승인 2024-11-12 14:41
  • 신문게재 2024-11-1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윤인섭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우리나라의 평균연령, 이혼율, 맞벌이 부부가 모두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사실상 양육하며 친밀감을 높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부모보다도 더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부모가 살아있으면서도 가출하는 바람에 자녀들이 방치되는 일도 있다. 조부모가 미성년인 손자녀를 사실상 양육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직접 입양할 수 있을까. 바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대법원 2021. 12. 23. 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이다.

민법은 제867조 제1항에서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제2항에서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사사건은 미성년자의 복리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된다.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역시 입양 시 아동의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규정한다.



위 사건에서는 사건본인의 친 생모가 사건본인을 출산한 뒤 사건본인 생후 7개월 때 자신의 부모인 재항고인들[미성년인 손자녀의 조부모를 말함] 집에 사건본인을 두고 갔고, 그때부터 재항고인들이 외손자인 사건본인을 양육했다. 재항고인들은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재항고인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였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 사람들도 재항고인들을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였고, 사건본인의 친생부모는 재항고인들의 입양에 동의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사건본인의 친 생모가 생존하고 있어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되고,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 후견을 통해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신분 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가 있고,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건본인의 친 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여야 하므로, 친생부모나 사건본인에 대한 가사조사나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 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이를 비교·형량하여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반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그러하지 아니하였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법적으로는, 민법 규정상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민법 제877조). 따라서 조부모라고 해서 특별히 입양 주체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어차피 입양이란 출생 이외의 요소에 의하여 본래 부모·자식이 아닌 관계에 그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만약 사건본인과 더욱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도 책임지고 양육이 가능한 조부모인 데다가 생전부모의 사정으로 그들이 사건본인을 책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많으므로, 이 경우 입양으로 법적인 결속력을 정식으로 부여하는 게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혹시 조부모가 사건본인의 부모가 곁에 없거나 신경을 못 쓰는 틈을 타 손자녀를 성적(性的)으로 또는 다른 면에서 착취하려는 범죄의 의도가 엿보인다든지, 또는 부모가 경제적 무능력자여서 부모를 건너뛰어서 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상속시키려는 편법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든지 하는 측면만 세심하게 잘 살피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다고 한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2. 충남교육청, 2026 충남 온돌봄 운영 길라잡이 발간
  3. 충남도, 지속가능한 20년 미래 청사진 확정
  4. [날씨]주말에 평년기온 회복…3일 낮최고 2~6도안팎
  5.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1.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2.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3.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4. [독자칼럼]대전·충남 통합, 중부권 미래를 다시 설계할 시간
  5.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