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대한민국은 범죄공화국?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대한민국은 범죄공화국?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4-11-12 14:41
  • 신문게재 2024-11-1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에서 전과자는 서럽다. 아니 대부분 국가에서도 서럽다. 사소한 범죄 전력이라도 있다면 사회 생활하기가 정말 어렵다. 취직은 물론이고, 결혼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또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는 어떤가? 범죄가 발생하면 일단 주변에 있는 전과자부터 의심하고,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문명국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형성됐겠는가.

그래서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이 한순간의 잘못으로 전과자가 된 경우에 교정을 비롯해 취업 프로그램 등 이들의 정상적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별반 실효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만큼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전과자라 서럽고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과라도 몇 개는 있어야 출마 자격이 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있고, 말도 안 되지만 전과가 있으면 불이익이 아닌 우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도 있다.

대표적 정치인인 국회의원을 한번 보자 국회의원은 중요한 국사를 담당하는 직위이기에 그에 대한 예우 수준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디높다. 어느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연간 1억5000만 원 정도의 세비를 받고, 차량 유지비, 의원회관 유지비 등으로 연 5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으며, 7명의 보좌진과 2명의 인턴 지원비로 약 4억 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그리고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등은 별도로 매월 1000만 원대의 판공비를 받는다. 공항에서는 귀빈실과 귀빈 전용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의원회관에서는 전용 병원과 체력단련실, 목욕탕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범죄자로 의심 받아 수사를 받을 때도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불체포특권까지 누릴 수 있고, 설사 회기 전에 체포를 당하여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 하하하. 사회적 특수계급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특권계층이 또 어디 있을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이 아닌 귀족정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국사를 논하고 특권을 누리기에 국회의원은 능력도, 경륜도, 인품도 우리네보다는 높아도 월등히 높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국회의원 선거만큼 대의제 민주주의제에서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대신해서 나의 운명을 좌우하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기에 정말 능력 있고, 훌륭한 인품의 후보가 선출돼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선거 공보물을 볼라치면, 훌륭한 인품은 고사하고 일정 후보들의 이력엔 음주운전부터 시작해서 폭행, 명예훼손 등 형법 각론의 다양한 범죄가 마치 백화점 진열대 상품처럼 전시돼 있다. 도대체 선량을 뽑는 것인지 전과자를 뽑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다. 일반 국민의 범죄율과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의 범죄율을 비교하는 통계 좀 보고 싶다. 어느 쪽 범죄율이 더 높은지 말이다. 정말 궁금하다.

이처럼 후보자들의 범죄 전력이 많다 보면 결국은 후보자 가운데 뽑아야만 하기에 유권자들이 아무리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고민에 고민을 더해도 일부 전과자를 뽑을 수밖에 없고, 전과자가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아무리 전과자라 할지라도 일단 당선만 되면 위에서 열거한 온갖 특혜와 특권을 다 누리게 된다. 그러니 적어도 정치계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 아닌, 전과자 천국이라는 냉소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의 주인이라는 유권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행히도 각 정당에서 후보를 공천할 때 선별해서 훌륭한 후보를 내세우지 않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정당제 민주주의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늦었지만 앞으로라도 전과자의 국회의원 출마 자격을 좀 더 제한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 촉구 운동을 벌이자. 그래서 대한민국을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자유민주공화국으로 환태시키자. 나라의 주인인 국민도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2.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