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일의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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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일의 순서

김지윤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4-11-13 17:02
  • 신문게재 2024-11-14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쥬니
김지윤 기자.
"에이, 한 명만 낳게? 두 세 명은 낳아야지."

아직 임신도 안 한 신혼부부인 내가 매일같이 듣는 얄미운 말이다.

올해 결혼했다고 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아이 계획이다. 나와 남편 역시 아이 계획이 있다.

한 명을 키우는 데 수억이 든다던 두려움을 뒤로하더라도 지금 우리의 그리고 앞으로의 재정 상황을 생각해보더라도 한 명을 낳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돈을 쪼개고 쪼개면 그들이 요구하는 다자녀 가족이 될 수야 있겠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의 그리고 우리 가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선뜻 좋은 생각이라 들진 않는다.

아이 준비를 위해 벌써 다른 계획을 미뤘다. 우리 부부의 또 다른 꿈인 새집 이사를 원래 생각보다 15년이나 미뤘다. 모든 걸 이룰 수 없다 보니 이게 우리의 유일한 방안이다.

걱정이 앞선 내 맘을 모르는지 당연한 듯 자녀들(?)을 강요하는 듯한 질문을 들으면 밉기도 하다.

정부 역시 상황에 맞지 않는 어려운 요구를 한다.

역대 급 세수 펑크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면서 지자체는 비상이다. 하나의 묘수로 내민 게 출산율 증가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에 적극 대응하는 지자체에게 더 많은 지방 교부세를 나눠주겠다고 한다.

취지는 당연히 좋다. 세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도 들의 매년 합계 출산율은 0.5~0.8 수준에 그치는 등 저출산 문제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지갑을 채워 넣기 위해선 저출산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당장 내년부터 교부세를 받기 위해선 지자체들이 저출산에 얼마나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하는지를 궁극적으로 본다.

근데 무슨 돈으로? 재정이 줄어든 시점에 일단은 저출산 대응을 위한 예산을 이전보다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이미 부족한 돈으로 전전긍긍하는 지자체들은 당황스럽다.

친한 주무관이 나에게 말했다. "각자의 생활비를 짤 때도 계획했던 것과 달리 다른 한 곳에서 예상보다 큰 지출이 있으면 다른 무언가의 금액을 줄이거나 미룬다"라며 "정부 지침에 맞춰 저출산 계획을 세워봐야 하겠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지 않을까?"라며.

한정적인 지방 재원으로 무리하게 저출산 예산을 증액 한다면 다른 사업이나 지원에 대한 돈을 줄여야 한다.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하나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먼저 기본 계획과 예산을 정하는 것처럼 재정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분명하다. 결과를 내기 위해선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출산율 증가라는 목표가 세워진 현재 지자체들이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 정부 역시 같이 고민해보고 현실성 있는 지원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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