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말하기의 힘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말하기의 힘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4-11-17 17:09
  • 신문게재 2024-11-18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00백낙
백낙천 교수
우리는 말하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주고받으며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간다. 이때의 말하기는 기술의 관점보다는 관계의 관점에서 이루어질 때 보다 성숙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회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성숙한 대화를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소통의 방식을 적절하게 구사해야 하며, 무엇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교감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의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성숙한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 메시지의 내용 정보가 필수적이겠지만 그 외에도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 정보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더욱이 대화를 할 때는 사회 문화적 성격이 강해서 다른 세대나 성별 및 다른 사회 집단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귀를 기울이고,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등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또한, 성숙한 대화를 할 때는 언어적 관습에 신경 쓰고 대화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등 감수성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는 말하는 사람의 인품이 큰 영향을 끼친다. 듣는 사람은 대화의 내용인 메시지 외에도 누가 말하는지,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도 고려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성품이나 인간관계 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배경 지식과 기존 입장은 무엇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심리 상태가 어떠한지를 미리 파악하는 등 듣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으면 말을 할 때에 불안감이 줄어들고 자신 있는 말하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가볍게 건네는 농담 한 마디에 상대방이 뜻밖의 오해를 해서 당황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는 듣는 사람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귀에다 말하지 말고 눈을 맞춰 눈에다 진심어린 대화를 한다면 말하는 사람의 메시지가 보다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숙한 대화를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 이때에 듣는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섣불리 개입시키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입장을 공감하고 경청하며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에 듣는 사람은 '그러게 말이야', '저런', '정말 잘됐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공감적 표현을 쓰게 되면 말하는 사람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대화의 친밀도가 높아진다. 물론 대화에는 메시지를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추론하고 듣는 것도 필요하고 메시지에 대한 타당성과 공정성을 따져 들으면서 의미를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도 상대방과 마주하고 소통을 하는 교감의 한 과정임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어떠한 대화라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면 그 대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대화의 예의를 지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가령,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며, 대화에서 다른 사람을 언급할 때에는 비방은 최소화하고 칭찬은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자화자찬하는 것은 대화를 불편하게 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리하여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 사이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일치점을 극대화한다면 대화가 갈등을 해결하고 대인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에서 말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의도를 더 많이 달성한 사람이고 그래서 더 능력 있는 사람이며 성공적인 대화를 이끈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므로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할 말의 내용을 명료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말을 하며,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더 노력을 기울여서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며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대화는 원만한 인관관계를 형성하고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서 성숙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 이것이 말하기가 지닌 힘이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4.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5.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