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조선시대 선조들의 은밀한 사생활, 춘화로 엿보다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조선시대 선조들의 은밀한 사생활, 춘화로 엿보다

최정민/평론가

  • 승인 2024-12-01 14:2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선 시대에는 21세와 같이 미디어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의 야한 동영상이 없던 시대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조선시대 판 성인물 잡지 격인 춘화(春畵)가 이 자리를 대신하였다. 춘화는 남녀 간의 성교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서,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려졌다. 중국과 일본의 춘화는 조선 중기부터 사료에 언급되기 시작한다. 선조들은 춘화와 춘의(春意;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새긴 상아나 조각)를 보고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인조연간(仁祖, 재위 1623-1649) 명나라 장수 모문룡(毛文龍, 1576-1629)이 인조에게 춘의를 예물로 보내자, 인조는 이를 가루를 내서 부셔 버리라는 전교를 내릴 정도였다. 김정중(金正中)은 1791년에 개인적으로 청나라에 다녀온 사람이었다. 그의 연행 기록 중 '유리창(琉璃廠, 現 베이징 화평문 바깥 골동품 거리)에는 사면(四面)의 벽에 춘화도(春花圖)를 붙여 놓고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춘화가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조선의 춘화는 중국과 일본과 달리 다소 늦은 19세기 전반경에 김홍도와 신윤복에 의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조선 후기는 상업이 발달하였고, 공사무역을 통한 외래문화가 유입된 시기이다. 특히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는 유흥과 여가문화가 성행하였다. 조선 후기 사회적 변화와 함께 유교 분위기에 짓눌린 선조들의 성적(性的) 열망과 본능이 춘화의 부흥기로 이끌어 냈다. 선조들은 유교적 규범에 얽매여 있었고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춘화 감상을 선택한 것이다. 춘화는 당시 유교의 도덕 개념으로 바라보았을 때 파격적이다. 그래서일까, 전해지는 춘화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단원 김홍도의 낙관이 있기에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운우도첩(雲雨圖帖)』과 혜원 신윤복의 『건곤일회도첩(乾坤一會圖帖)』화첩에는 다양한 성행위의 장면이 담겨 있다. 남녀의 성희(性戱; 성적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를 소재로 한 춘화에는 풍류와 낭만이 담겨 있기도 하다.



1번
(그림 1) 전(傳) 단원 김홍도, 『운우도첩』, 19세기 전반경, 개인 소장
김홍도의 『운우도첩』은 남녀의 모습을 묘사하면서도, 꽃이 만발한 조선의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그려 넣어 품격을 높였다. (그림 1). 단순히 '야한 그림'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회화적 조형미가 더해져 조선시대의 품위와 예술성이 엿보인다.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해지고 있는 대다수의 춘화는 노골적이다. 등장인물은 양반을 비롯하여 양반가 여인, 기생 그리고 스님 등 다양한 신분이 등장한다.

이 외에도 3인의 성관계, 동성애 혼교, 관음증과 같은 장면 등을 묘사한 작품도 존재한다. 장소는 실내와 실외 가리지 않고 그려졌다. 등장인물은 신분을 강조하기 위해 스님의 경우 승복을 옆에 널브러뜨렸고, 양반은 사방관 등으로 그 신분을 가늠케 표현하였다. 조선의 춘화는 중국, 일본과 달리 등장인물의 신분 제약이 없다. 따라서 춘화는 조선시대의 억압적인 사회제도와 신분 갈등의 모순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춘화는 수요자의 직접적인 주문을 받아서 그려졌다고 알려져 있다. 즉 어느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는 상류층의 주문에 의해 비밀리에 그려졌고, 이를 통해 은밀한 사생활을 즐겼던 '에로틱 물건'이었던 셈이다.

춘화는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철저하게 계산되어 그려졌다. 조선시대의 춘화는 현대의 야동과 같이 말초신경만을 자극하지 않는다. 춘화는 예술과 외설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듯한 연출이 으뜸이다. 선조들의 낭만과 욕망을 예술로 승화 시켰던 춘화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폐쇄적이었던 조선시대의 인간 군상을 다루었다는 것에 대해 그 의미가 크다.

최정민/평론가

최정민
최정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사장 관리부실 대전 도마동 골목 물바다…공사장 물막이둑 터져
  2.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3.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4.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5. [사이언스칼럼] 새로운 빛공해 기준이 필요한 이유
  1.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2.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4.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5. 대전 지하철 부정승차 2배 늘어… 청소년이 대부분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학교 5곳중 1곳,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충청권 학교 5곳중 1곳,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충청 지역 학교 9000여 곳 가운데,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노후 학교는 약 1900곳으로 전체 중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안전 진단에서 고위험 수준인 D등급을 받은 학교는 41곳, 화재에 취약한 교육시설도 356곳에 달했으나, 안전 점검이 부실한 곳은 200여 곳이 넘었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전국 시·도 교육청에 전달받은 '경과년수 별 학교건축물 현황' 등 교육시설 안전 진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건립된 지 40년 이상 지난 충청권 학교는 9287곳 중 1967곳으로 조..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