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환수문화유산기념박물관을 조성하는 이유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환수문화유산기념박물관을 조성하는 이유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4-12-03 17:23
  • 신문게재 2024-12-0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 1층에는 국보 경천사지십층석탑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 건물 3층 높이 너머까지 치솟아 마치 하늘까지 닿을 기세이다. 탑의 시작부터 3층까지는 아(亞)자 모양으로 구성되고 그 후 10층까지는 정사각형으로 그 아리아리한 자태가 아찔하다. 그리고 섬세하게 불보살과 꽃 모양 등을 조각하여 이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탑이 있던 곳은 개성 부소산 경천사로 탑의 몸 돌에 고려 충목왕 4년(1348)에 진녕부원군 강융 등이 후원하여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어 탄생 내력이 분명한 탑이다.

아름다움 이 탑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탑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각으로 잘라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07년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츠아키는 조선 황태자가 하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탑을 난도질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를 안 영국인 어니스트 베넬은 대한매일신보에 약탈 사실을 폭로했고. 미국인 호머 헐버트는 전 세계에 이를 알렸다. 국제적인 비난이 계속되자 결국 조선총독부는 반환을 요청했고 탑은 1918년 돌아왔다. 1915년 돌아온 국보 지광국사탑에 이어 두 번째 귀환이다.



그러나 탑의 안내문에는 약탈과 반환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고 간단히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돌아왔다고만 되어있다. 영문 안내문에는 그런 사실조차 없다. 탑의 반환을 위해 힘쓴 영국인과 미국인의 노고에 대해 단 한마디의 영문 설명도 없으니 탑의 탄생부터 지난 역사를 풍부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환수한 대부분의 유산도 비숫하다. 1945년 광복 이후 환수한 유산이 약 1만2천이지만 반출과 환수는 간단히 기술하거나 이조차 생략한다. 우리는 피해국가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이를 원상 회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알리는 것이 유산의 역사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하는 일이다. 유산의 생명은 이야기이다. 좋은 물건이 아닌 역사이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야 할 '이야기를 품은 유산'이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환수한 유산을 중심으로 '환수문화유산기념박물관'을 충남 아산 이순신 장군 묘소 인근에 조성 중이다. 환수박물관은 재단이 환수한 유산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고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인이 경험한 피해사례를 알리고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공유하고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내용을 담은 '국제협력관'을 조성할 것이다. 무엇보다 '청소년체험관'을 만들어 실물 체험과 교육을 통해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 수집가, 소장가의 세대교체로 인해 해외로 나가 있는 개인 소장품이 국적도 없이 외국 골동상으로 팔려가거나, 은닉, 사장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환수박물관은 개인이 소장한 유물의 기증, 기탁을 촉진하고 협력, 지원함으로 위기에 빠진 유산을 공유하고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문화유산신탁은행'을 운영할 것이다. 유산은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가치가 더욱 높다.

유산은 역사이므로 계승되어야 미래가 있다. 문화산업의 원천인 문화유산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 일은 문화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은 종이백과 특수용지 전문 기업인 HB페이퍼주식회사와 환수문화유산기념박물관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건물 4층 3300㎡(1천여 평)에 전시실, 도서실, 디지털상영관, 청소년체험관, 국제협력관, 사무연구실, 아트갤러리를 조성한다. 2층에는 해외에서 환수한 우리 문화재를 보관하는 수장고와 보존창작실을 마련하고, 야외전시장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환수문화유산 박물관이 조성되면 해외 우리문화재 환수에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2.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3.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4.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2.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3.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4.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5. 대전웰니스병원, 환자가 직접 기획·참여한 '송년음악회' 연다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