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승인 2024-12-04 16:33
  • 신문게재 2024-12-05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편집국에서 사진
방원기 경제부 차장
50대 후반 택시기사는 중소기업 정년퇴직 후 대출을 끌어모아 1억 6000만원을 투자해 택시 면허와 차량을 구입했다고 했다. 아직은 운전이 서툴러 아침부터 밤 8시까지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벌이가 많진 않지만, 근근이 생활한다. 부모님을 모시는 그는 생활비를 벌려면 하루 10시간가량 운전해야 한다. 퇴근 후 몸은 녹초가 된다.

또 다른 정년 퇴직자는 취업박람회를 전전한다. 소일거리라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나질 않는다. 그간 기업 등에서 일한 화려한 이력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60대 초반인 그에게 세상은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뒤늦게 결혼해 아이를 낳은 그는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 쉴 수 없다. 그런데 맞아 떨어지는 구직 공고가 없다. 아파트 경비원도 바늘구멍에 실 넣기다.

50·60세대가 은퇴 후에도 돈에 목매고 있다. 50·60세대는 부모를 모시기도 하며, 사회에 나서지 못한 아이를 키우기도 한다. 내 몸도 건사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들이 사회초년생일 당시인 1990년대엔 일자리가 넘쳐났다. 지금처럼 취업 준비에 사활을 걸지도 않았다. 대학 학과 사무실에서 추천서를 써주던 시절이다. 기업에서 모셔가는 게 당시 사회적 풍토다. 대학졸업자보다 일자리가 많았다. 그랬던 그들이 이젠 은퇴 후에도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경제 성장이 더디던 2010년 질 좋은 일자리는 그 시점에 머물렀는데 대학 졸업자들은 많아졌다. 이 때문일까. 특별한 이유 없이 일과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이들이 태반이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단순히 쉰다는 청년층 25~34세가 2023년 3분기 33만 6000명에서 2024년 3분기 42만 2000명으로 1년 만에 25.4%나 늘었다. 쉰다는 건 육아·가사와 교육기관 통학, 취업·진학 준비, 연로·심신장애를 제외한 수치다. 이유 없이 쉰다는 뜻이다. 먹이고 입히고 배움을 지원해도 노는 이들이 이만큼이나 된다.

그럼 부모 자본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될까. 이마저도 50·60세대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하고 부모와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잘 살아냈다는 말을 한다. 은퇴 후에도 딸린 식구를 책임지려 취업에 뛰어들고 있으니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건 당연지사다. 빚과 끼니 걱정 없이 사는 중산층 자체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는 걸로 계층을 물려줄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이대로라면 20·30세대는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란 우스갯소리가 현실화되게 생겼다. 개발을 거듭하며 자식이 부모보다 잘 사는 걸 당연시하면 사회가 거꾸로 향하고 있다. 물론 당시 소득과 기회 배분이 균등하게 이뤄진 걸 모르는 건 아니다. 부모 세대가 짊어진 짐을 돌려받기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쉴 때가 아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 움직여라.
방원기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5.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1.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2.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대전 옛 대덕경찰서에 ‘육군 AX 거점’ 10월 문 연다
  5.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헤드라인 뉴스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가운데 웅진백제의 역사와 예술을 결합한 대표 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30일 공주시에 따르면 올해 백제문화제는 웅진백제의 핵심 유물인 '청동거울'과 무령왕비 서거 1,5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연과 퍼레이드 등을 선보인다. 대표 공연인 '웅진판타지아'는 10월 4~5일과 7~10일 오후 9시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서 모두 6차례 열린다. '청동거울에 비친, 찬란한 백제'를 주제로 대형 LED와 특수효과를 활용한 무대에 전문 무용수 등 40여 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잠들어 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