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균형발전 보루 '세종시'의 성장통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균형발전 보루 '세종시'의 성장통

수도권 인구가 과반을 넘어선 2019년부터 정체기
인구 지표가 현주소 단면...연평균 1만 명 증가 그쳐
2030년 70만 도시 빨간불...균형발전 및 지방화 신호 부재
수도권은 더더욱 초집중 지배력 강화...여·야 정치권은 어디에

  • 승인 2024-12-04 09:49
  • 수정 2024-12-06 09:15
  • 신문게재 2024-12-05 18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KakaoTalk_20220408_074800908_13
정부세종청사의 중앙행정기관 이전 효과에 힘입은 성장에 한계를 맞이한 세종특별자치시. 사진=이희택 기자.
세종특별자치시가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간의 과도한(?) 상승곡선에 따른 피로감일까. 아니면 수도권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견제와 시기·질투에 의한 결과물일까.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12년간 인구 지표는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절반을 넘어선 2019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인구수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3만 2999명 늘며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만 4221명과 2021년 1만 5810명, 2022년 1만 3566명, 2023년 4011명, 2024년 4706명 늘어나는 등 기나긴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2030년 도시 완성기까지 연평균 1만 명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목표치인 70만 명 대신 45만 명 도시에 머물고, 이는 반쪽도시 전락을 뜻한다.



더욱 안타까운 지표는 수도권 순유입 인구다. 2024년 8월 기준 6만 2000여 명에 불과하다. 10명 중 2명 만이 수도권에서 넘어온 셈이고, 이 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6.3명은 인근의 충청권, 나머지는 다른 지방에서 왔다.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의 상징 도시 가치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는 게 뼈아프다. 수도권으로 북진 행렬의 최전방 저지선 역할에 역부족이다 보니, 지방 분권 실현과 소멸 위기 극복마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그도 그럴 것이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 이전 이후 강력한 균형발전 및 지방화 신호가 없다. 2030년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2027년 하반기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와 2028년까지 국립박물관단지 4개 건축물 준공밖에 없다. 나눠먹기식 교육발전과 기회발전 특구 지정 효과도 물음표를 달게 한다.

세종시엔 그 흔한 백화점도, 위락지구도 없다. 상권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노잼을 넘어 '핵노잼 도시'란 오명 아래 역외 소비율도 전국 최상위권에 있다. '주말엔 사람 구경을 하기 힘들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아직도 흘러나온다.

오히려 세종시 성장을 가로막는 기제들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7년 지방에선 유일하게 수도권과 동일선상의 부동산 규제에 묶이는 아이러니를 맞이했는가 하면, 2021년엔 수도권 투기 논란 강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돌이켜보면, 실체도 없는 세종시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여파는 2021년 '주택 특별공급 제도' 전면 폐지 결정으로 이어지며, 수도권 공공기관과 기업·대학·연구소가 지방으로 눈을 돌릴 마지막 시선마저 빼앗겼다.

당시 특공 제도는 3년간 4차례 보완 과정을 거쳐 부작용을 모두 해소했던 터였다. 수도권 이전 기관에 한해 일몰제(2026년까지)도 적용했다. 문제를 일으킨 관세평가분류원에 대한 제재만으로 충분했으나, 당시 정치권은 성난 민심을 이렇게 달랬다.

그 사이 수도권은 2023년 부동산 규제 전면 완화의 빛을 보며, 대한민국 초집중 구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2030년 전·후로 수도권 급행철도(GTX)를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등 남하 저지선도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 현대판 인해전술로 대한민국을 갈수록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2026년 서울~세종 고속도로 준공이 수도권으로 인구 이탈을 더욱 가속화 하진 않을지 우려된다. 경기도 동탄이나 판교 등에 거주지를 둔 공직자들은 이미 많아졌다.

희망의 빛이 없는 건 아니나 모두 2030년 이후로 밀려나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분원)과 국립민속박물관(세종동), 세종지방법원·검찰청(반곡동)은 2031년에야 본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당초 계획보다 4~5년 지연 흐름에 있다.

수도권 국회의원이 전체 의석수의 50%에 달하는 냉혹한 현실은 외면하고 다시 한번 되묻는다. 여·야 정치권은 진정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원하고 있는가.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4.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5.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1.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2.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체계 돌입
  3.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4. 대전 학교급식 공동구매 친환경 기준 후퇴 논란
  5. LH, 미분양 주택 매입 실적…대전·울산·강원 '0건'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충남도가 이번엔 18개 기업으로부터 4355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또는 부단체장, 박윤수 제이디테크 대표이사 등 18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18개 기업은 2030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28만 9360㎡의 부지에 총 4355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이전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기계부품 업체인 이화다이케스팅은 35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서..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23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경 보람동 시청 2층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 안팎에선 출마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이 전 시장 스스로도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내 시장 경선 구도는 이 전 시장을 비롯한 '고준일 전 시의회의장 vs 김수현 더민주혁신회의 세종 대표 vs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 vs 홍순식 충남대 국제학부 겸임부교수'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