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024년 비상계엄, 잊어선 안 될 것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2024년 비상계엄, 잊어선 안 될 것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4-12-09 17:15
  • 신문게재 2024-12-1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증명사진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소중한 것은 그것이 결여됐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결여를 통해 어떤 것을 사유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언제나 뒤늦은 후회를 수반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책장에 꽂아둔 책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2012년 이진경 교수가 쓴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에 나온 문장이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국민은 소중한 그것을 잃을 뻔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고 있다. 국회 앞을 가득 채운 100만여 명의 시민들, 전국 각지 거리로 뛰쳐나가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증명한다.

뉴스 속보를 보며 다양한 감정을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화나고 침통하고 분노하다 이내 슬프고 서럽고 침통하다. 이런 감정들이 종일 무한 반복인 며칠을 보내면서 지금 이 순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잔상처럼 남는다.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첫 장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그 모습이다. 3일 밤 일찍 귀가 후 잠깐 잠이 들었던 찰나 귀가한 남편이 흔들어 깨우면서 계엄령이 났다고 했다. 텔레비전을 켜 뉴스를 틀었더니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영상이 반복돼 나오고 있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로 시작하는 그 말 뒤에 비상계엄이 있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등 다시 되돌려 주고 싶은 말들이 5분여간 흘러나왔다. 국회의 빠른 조치로 계엄은 철회됐지만 2024년 비상계엄이란 비극을 맞이한 그 순간을, 내 평생 첫 계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풍경은 시민들의 모습이다. 계엄 선포 당일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의 국회 출입을 몸으로 막고 국회와 전국 각지서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외친 시민들은 2024년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그곳엔 내 또래도 있지만 젊은 시절 계엄을 마주한 세대도 적지 않았다. 계엄이 어떤 것임을 알기에, 다시는 그런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되다는 생각에 거리로 뛰쳐나간 어른들을 보며 감사와 비통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 잊어선 안 될 것도 있다.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 이후 나라는 쑥대밭이 됐고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에 대통령은 2분여 짧은 사과를 했을 뿐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말은 없었다. 그날 밤 예정된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최소한으로 참여해야 할 국회의원이 모이지 않아 탄핵안이 부결됐다. 박근혜 탄핵을 겪으며 가시밭길을 걸었던 여당이지만 이보다 더한 탄핵 사유를 외면할 수 있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들을 보며 이들만은 표결에 참여하길 바랐다.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은 국민의힘 105명의 의원,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5-2생활권 첫 주택 공급 포문…'우미린 센터파크'
  2. 전신주 구리 접지선 훔쳐 한전에 2500만 원 손해 끼친 50대 검거
  3.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4.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5. 오석진 대표 교육복지 공약 '대전 에듀카드'본격 추진 재원마련은 과제
  1.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2. [대전MZ로그]"평범한 건 싫어요"···각양각색 소품을 나만의 취향대로 개성있게 꾸미는 2030 소비 트렌드
  3.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아쉬움으로 끝난 월드컵 응원
  4. '외부 연구수주로 인건비' 출연연 PBS 폐지 '임무중심 거점으로'
  5. [사설] 충남硏, '외국인 유학생 활용 방안' 주목

헤드라인 뉴스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평범한 볼펜과 모자, 신발 등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커스텀으로 변신~!'최근 SNS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물건을 꾸미는 이른바 '꾸미기 문화'가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직접 가 본 대전 서구의 한 소품가게는 수많은 종류의 파츠와 와펜이 알록달록한 컬러를 빛내며 매장 한가득 진열돼 있어 소비자의 구매욕과 골라보는 재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게다가 키링과 신발, 가방, 볼펜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소품을 꾸밀 수도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임한나 씨는 "SNS와 팝업스토어를 꾸..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