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검은 백조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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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검은 백조의 출현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 승인 2024-12-10 15:06
  • 신문게재 2024-12-1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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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 윌리엄 댐피어(William Dampier)가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전까지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믿었다. 백조라는 말 자체도 흰색을 전제로 한 것인데, 검은 백조의 발견은 많은 사람들의 통념을 깼다. 검은 백조의 발견으로 과거의 선입견에 근거한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후 나심 탈레브(Nassim N. Taleb) 교수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는 책을 발간했고,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검은 백조의 출현은 세상에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인식시켜줬다. 더불어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도 제공해줬다. 그러나 검은 백조의 출현은 사전 예측이 어렵고, 사후 분석에 초점을 둔다는 문제가 있다. 일은 이미 발생했는데 말이다.

1979년 10월 대통령이 최측근인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암살된다. 대통령이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사망하고, 다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다. 민주주의 시대를 열망한 시민들은 계엄령에 반대하고, 시위를 벌였다. 시민의 평화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공수특전단이 광주에 급파된다.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존엄성을 유린하고 권리를 짓밟았다. 상상도 못했던 일의 전말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못하다가 1989년 '광주사태'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명명됐다. 1995년에는 가해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1997년에는 5월 18일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됐다.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아팠던 기억들은 '서울의 봄',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으로 영화화됐다.

1997년 11월 22일 시급한 외환 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돈을 빌리게 된다. 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에 의존한 과잉투자가 불러온 경제위기였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의 관리하에 운영됐다. 우리의 경제 주권이 국제기구에 빼앗긴 것이다.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미국에 유학한 사람들은 7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1900원으로 치솟자, 나라 잃은 국민의 심정을 느꼈다고 했다. 금리는 두 자릿수가 됐고, 돈 있는 사람들은 '이대로'를 외쳤다. 한 직장에 부부가 근무하면 한 명은 퇴직해야 했다. 고용 안정성은 떨어졌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선호됐다. 소득격차가 심화됐다. 당시의 상황은 2018년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도 기록됐다.

2002년에서 2006년 사이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가 불거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비 활성화를 위한 내수진작과 지하경제 축소를 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만들어 카드 사용을 장려했다. 1998년 63조6000억 원 수준인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2년에는 622조9000억 원으로 10배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내수진작 등의 효과는 있었으나, 무차별적 카드 발급으로 빚을 카드로 '돌려막는' 현상이 성행했다.

2020년이 되면서 전 세계의 이동이 멈췄다. 코로나19의 유행은 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인들의 일상생활을 변화시켰다. 학교에 근무하던 나로서는 온라인상으로만 학생들을 만나야 했다. 대면의 소중함을 느꼈던 시기였다.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를 BC(Before Corona)로, 이후의 사회를 AC(After Corona)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를 반증하기도 한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민주주의가 흔들렸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했다. 45년 전의 역사이지, 내 생전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검은 백조가 또다시 출현했다.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했다. 역사에 철저히 기록하고, 위법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세들이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놀라지 않도록 말이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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