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순리(順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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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순리(順理)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 승인 2025-01-05 10:51
  • 신문게재 2025-01-06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11안필용
안필용 원장
순리(順理)라는 말이 있다. 순리는 대체로 이치에 따른다는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지 않고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현실에서 원인과 결과가 정확히 매치되는 논리적 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람이 살면서 이 순리를 거스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한 달 동안 비상계엄, 내란과 탄핵,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항공사고 등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겪었다.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일어난 일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의 일상을 깨트렸던 그 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의 치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비극적이거나 비참한 결말을 맞닥드리거나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것을 뒤집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런 인간의 욕망이 표출되는 것이 도박이다. 사람들은 도박을 인생 막장에서 가능하지 않은 뒤집기 시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되돌릴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을 되돌리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타임머신이다. 논리적으로 결과는 원인을 앞설 수 없다. 결과를 알고 현재 또는 미래를 바꾸고 싶은 욕망은 도박의 욕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과를 뒤업거나 원인을 앞지르려는 시도는 현실에서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한한 인간은 도달할 수 없고, 신(神)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양자 연구를 통해 타임머신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불가능의 영역으로 이해된다.

대한민국 일반의 국민들과 다른 방향으로 결과를 뒤집고 싶은 사람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순리를 거스르는 계엄을 발동함으로써 스스로의 운명을 단축했다. 법에는 계엄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우선 헌법에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계엄법 또한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대북 긴장을 조성했다. 심지어 계엄을 발동하고 그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려 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순리를 거슬렀다는 명확한 반증이다. 순리를 거슬러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도박과 같은 망상적 욕망이 있었고, 이를 따르는 또 다른 욕망이 있었다. 여전히 순리를 거스르려는 노력은 시도되고 있고, 끝나지 않은 공포는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순리에 역행하는 폭주를 막아내고, 대한민국이 순리로 나아가는 위대한 선택을 해냈다. 순리에 따르는 것이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거나 개인의 불행을 막아주는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류는 진보하고 진화한다는 역사의 순리를 따랐고, 야만에서 문명으로 나아가고 있음으로 삶은 더 좋아질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새해에는 열심히 노력한 시민들에게 좋은 결말에 도달하는 순리가 작동하기를 바래본다.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현재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또 다른 원인의 순간을 잘 살아가길 바란다. 더 윤택해지는 미래를 위해 오늘의 원인을 만드는 순간이 소중하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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