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으로 다시 판단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으로 다시 판단

  • 승인 2025-01-16 17:02
  • 신문게재 2025-01-17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최근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의 당사자인 A씨가 재심청구를 하였고, 결국 대법원에서 재심 결정을 한 사건이 언론에 나왔다. 필자가 법대 재학 시절 '강제 키스 혈 절단 사건'은 정당방위를 공부하면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으로 책에서 보았던 사건이었다. 그 당시 공부를 하면서도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이 상대방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켰다고 해서 중상해죄로 처벌받고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다소 의아해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대법원의 재심 결정으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필자는 정당방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 사건은 최근 부산에서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기준으로 해서 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결론이다. 2020년 부산에서 발생했던 사건에서는 한 여성이 자신을 강간하려고 했던 남성의 혀를 3cm 정도 절단시킨 사건이었는데, 오히려 남성이 여성을 중상해로 고소했다가 여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반대로 남성이 강간치상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처럼 최근 강간 사건들의 판결 경향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강제 키스 혈 절단 사건'의 결론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은 조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도 2차 가해까지 발생되었고, 결국 A씨는 중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남성에게는 강간미수죄가 적용되지 않은 채 특수협박 및 주거침입죄만 적용되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던 사건이었다.



결국 강간을 하려고 했던 남성에게는 강간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강간 고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노씨의 혀를 깨물어 저항한 것은 설령 그것이 자신의 순결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더라도 노씨의 혀가 1.5cm나 잘려나간 이상 정당방위로 보기에는 지나쳐 인정될 수 없으며 노씨가 A씨를 덮친 데는 A씨가 원인을 제공한 부분도 있다.'라고 판시하기까지 하였다.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형법에서 정당방위에 대해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나 지금이나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는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아직도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인색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

법원은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하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요건을 다 검토해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케이스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상호 폭행 사건에서는 먼저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던 차에 폭행을 막기 위해 상대방을 때렸을 때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고 쌍방 폭행으로 의율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한 의뢰인은 가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당해서 중한 상해까지 입어 놓고서는 자신도 처벌받을 것이 걱정돼 가해자를 때리지도 못하고 맞기만 했다고 하면서 자신이 잘했다고 평가하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다. 이것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아주 인색하기 때문에 나온 웃픈 이야기인 것이다.

이번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이 대법원의 재심 결정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공소시효 등의 문제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는 없겠지만 가해자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 고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정당방위로서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가원학교 건물 흔들림 현상에 학생·교사 대피…경찰 조사 중
  2.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3. 2026년 지방선거 향하는 세종시 정치권...'시장 선거' 구도는
  4.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5. 대전 초등학생 11년 만에 순유입 전환… 유성·중구 전국 상위권
  1. 문화재 내부 공사인데도 '자체심의'…문화재 보존 사각지대 심각
  2. 광복 80주년 대전 시내버스 통해 '호국 영웅' 알린다
  3. 주말까지 비 예보…장마 시작에 침수 피해 지역 '불안'
  4. 대전선화초 증축사업 시작… 220억 들여 2026년 8월 준공
  5. [사설] 서해 어민 위협할 중국 불법 구조물

헤드라인 뉴스


항우연·천문연, 경남 사천 우주청 인근 이전 법안 발의 `파장`

항우연·천문연, 경남 사천 우주청 인근 이전 법안 발의 '파장'

‘과학수도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이 있는 경남 사천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충청권 국회의원들까지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면서 공동 대응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민의힘 서천호 국회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은 17일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경남 사천시를 중심으로 우주항공분야 연구개발과 산업기능을 연계하기 위해 우주항공기술 연구개발 관련 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 인근에 소재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대전 `30년 초과` 공동주택 비중 전국서 가장 높아… 대책 마련 필요
대전 '30년 초과' 공동주택 비중 전국서 가장 높아… 대책 마련 필요

대전의 공동주택 노후화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노후화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부동산R114가 정부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국 30년 초과 노후주택은 260만 6823채로 전체의 22%로 나타났다. 즉 전국 주택 4채 중 1채가 노후주택인 셈이다. 노후 주택은 2022년 135만 9826채(12%), 2023년 170만 5215채(15%), 2024년 219만 4122채(18%)로 꾸준히 늘..

`환불` 하려니 안된다?... 캠핑장 피해구제 신청 다발
'환불' 하려니 안된다?... 캠핑장 피해구제 신청 다발

충청권 캠핑장 피해구제 신청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민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피해구제 신청 중 환불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해 캠핑장을 예약하기 전 날씨와 환불 규정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접수된 캠핑장 관련 피해구제 사건(327건) 중 환불 불만 사례가 246건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이 48.1%(157건)로 가장 많았고, 대전·세종·충청이 15.7%(51건), 강원 12.9%(42건), 부산·울산·경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마철 앞두고 적십자사 구호물품 준비…‘유비무환’ 장마철 앞두고 적십자사 구호물품 준비…‘유비무환’

  •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