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05. 관료적 합리성과 시민의 정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05. 관료적 합리성과 시민의 정서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1-3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오늘은 1월의 마지막 날이며, 설 연휴가 끝나고 일과가 새로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또한 오늘만 쉬면 지난 6일에 이어 9일의 휴일로 이어지는데, 그래서 오늘은 좀 '밉상'인 날이기도 합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동안 여러 날 쉬었으니까, 오늘이라도 열심히 일해서 '노는 것'을 끊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적, 정서적으로 생각하면 오늘 하루를 더 쉬어 쉬는 날을 이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일상은 이렇게 합리적·이성적인 것과, 감정적·정서적인 것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삶의 기술일 텐데, 이러한 대립은 일상뿐만 아니라 행정이나 정치에서도 수시로 당면하게 되지요. 제가 행정을 하면서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관료적 합리성'과 '시민의 정서'의 충돌이었습니다. 즉 관료적 합리성에 기초를 둔 정책 결정이 시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지요.

일정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많은 관련 자료에 의거해 작성된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각각의 장단점을 깊이 있게 검토한 끝에 최선의 안을 선택합니다. 물론 사안의 복잡성과 양면성 때문에 모든 결정이 쉽게 이뤄질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선택된 안이 꼭 최선일 수만도 없습니다. 물론 정책 결정은 검토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토론이 진행되지요. 그러나 국회와 지방의회의 심의가 필요한 정책은 시민적 정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관료적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독선에 흐를 수 있고, 시민 정서만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시민영합주의나 포퓰리즘에 흐를 우려가 있지요. 또한 행정부와 의회, 또는 여야의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지요.

원론적으로 말하면, 국가 이익에 결정적인 관련이 있는 정책이라면 시민 정서에 다소 어긋나더라도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하겠지요. 그러나 그 정책에 양면성이 있거나 국가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경우라면 시민 정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원천적으로 매사에 양면성과 다양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스갯말로 '법 위에 국민 정서법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법은 이성과 합리성이라면 정서는 국민에게 내재한 감정입니다. 가능한 한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하는데 여기에서 걸림돌은 정책의 '이념성' 때문에 국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합리성으로 대변되는 관료 조직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을 경시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관료제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경향은 오히려 인간 중심적 합리주의에 대한 거부와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합리성(이성)과 비합리성(정서)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감정과 이성, 정서와 합리성의 대립 구도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그의 논리적 근거는 감정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이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감정(정서)은 이성(합리성)에 의존하며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현실 정치나 행정에 대입해 본다면 관료적 합리성과 시민적 정서를 대립적인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양자를 결합하고 상호 의존적으로 조화시키는 대안적 정책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출직은 모두 정치인이지만, 국회의원은 정당의 정책을 우선해야 되지만, 각급 자치단체장은 정치적 언행을 자제하고 주민복리를 우선하는 행정에 집중해야 될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