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실질적 행정수도의 원동력, 길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실질적 행정수도의 원동력, 길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 승인 2025-02-05 10:47
  • 신문게재 2025-02-06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강주엽 차장님
강주엽 행복청 차장
역사를 돌아보면, 국제질서를 이끄는 패권국은 언제나 수도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교통인프라를 구축하여 경제적 우위와 군사적 지배를 강화해 왔다. 2천여 년 전 로마가 조성한 약 8만km의 '로마의 길(Viae Romanae)'은 제국의 군사적 영향력과 문명의 가치를 실어 나르는 동맥 역할을 했다. 미국은 남북전쟁 중에도 약 2800km에 달하는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여 전후 국가 통합과 경제 성장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주요 선진국의 수도는 어떤 교통인프라를 갖추고 있을까?

런던과 파리는 방사형 도로와 순환형 도로를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다. 방사형 도로는 중심지에서 외곽으로 길들이 부챗살처럼 뻗어 나가는 구조로, 모든 도로가 중앙에 수렴하기 때문에 이동이 빠르다. 이 직선로를 통해 행정·경제·문화 등 자원이 중심지에 집중되며, 통신과 물류의 효율 또한 극대화된다. 반면 순환형 도로는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고리를 형성하여 교통흐름의 균형을 유지하고 혼잡을 분산한다. 이 두 도로 체계는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함께 활용될 때 이상적인 도로망을 형성한다. 방사형 도로로 집중되는 교통량을 순환형 도로가 흡수함으로써 이동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은 도심의 중앙역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이어진 촘촘한 철도망을 갖추고 있다. 고속철도(ICE)와 광역철도(S-Bahn)로 이루어진 이 철도망은 편리한 환승 시스템과 정시성을 통해 뮌헨, 함부르크 등 독일 주요 도시는 물론, 파리, 브뤼셀 등 유럽 곳곳을 신속하게 철길을 연결한다. 베를린은 다양한 국내외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 허브로서 유럽 전역의 경제와 문화의 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방의회와 백악관, 연방대법원 등 미국의 국가중추시설이 위치한 워싱턴 D.C.는 외국사절단과 방문객이 가장 먼저 접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과 덜레스 국제공항이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이곳과 세계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두 공항은 외교 및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물류·관광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을 뒷받침한다. 이 중 덜레스 국제공항은 전 세계 주요 도시와의 하늘길 네트워크를 통해 일찍이 국제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 일원에 건설 중인 행복도시는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가 본격화되면서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도시의 위상이 워싱턴D.C.와 같이 국가의 가치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실질적 행정수도로 격상됨에 따라 전국 단위의 교통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광역교통체계 구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행복청은 2006년 건설기본계획에서 '전국 주요 도시와 2시간 연결'을 목표로 정했고, 이어 2007년 '광역교통개선대책'에서 고속도로와 철도 등 주요 교통거점을 연결하는 방사형 광역도로망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후 당초 12개 노선 114㎞ 규모였던 광역도로망은 3차례의 변경을 거쳐 21개 노선 165㎞로 확대되었고, 현재까지 대전과 청주, 정안IC, KTX오송역 등과 연결하는 12개 노선 90㎞의 도로가 개통된 상태다.

그러나 행복도시가 실질적 행정수도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중점을 두었던 세종시 주변 도시와의 중거리 교통망 구축을 넘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와 연결하는 국가기간 교통망을 더욱 보강하고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로의 하늘길을 넓히는 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올해 행복청은 대통령 제2집무실, 국회세종의사당 설치 등 장래 변화할 여건을 고려하여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 행정수도라는 행복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광역 및 국가기간 교통비전과 그 실행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몽골제국의 창시자 칭기즈칸은 "성을 쌓는 자는 고립되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길을 닦는 철학'은 단순히 과거의 교훈이 아니라, 전환기를 맞이한 행복도시가 주목해야 할 현재도 유효한 가치 있는 원칙이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