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봄비, 생명의 물줄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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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봄비, 생명의 물줄기를 기다리며

기상청장 장동언

  • 승인 2025-02-18 17:34
  • 신문게재 2025-02-19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붙임 3] 기고문_장동언 기상청장사진 (2)
장동언 기상청장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 임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사람이 찾아오려야 올 수 없는 깊은 산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기다리던 이의 인기척은 아닐까 하는 간절한 기다림을 노래한 시조이다. 누구나 이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다릴 때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되짚어 보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만나리라는 기대감과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자연에도 마음이 있다면 봄비를 기다리는 자연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추운 겨울을 지내며 앙상해진 나뭇가지와 메마른 땅은 곧 날이 풀리고 따스한 봄이 올 것이라 믿으며, 봄비를 맞이할 순간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이와 관련한 속담으로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은 각각 눈이 녹아서 비가 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난다는 절기이다. 봄기운에 얼음이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것을 표현한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도 있다. 우수가 지나면 날씨가 누그러지고 봄기운이 돌며 초목이 싹 튼다는 계절의 특성을 잘 담고 있는 속담이다.

이렇게 여러 속담에 담겨 있을 만큼 봄비가 내리는 시기는 중요한 때로, 봄비가 내리면 대지와 생태계는 새 생명을 품을 준비를 한다. 농부는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릴 채비를 하며, 겨우내 쌓인 도심의 먼지는 봄비에 씻겨 내려간다. 만약 봄비가 늦어지거나 적게 내리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농작물에 문제가 생기고 산불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봄비는 단순한 강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자연과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생명의 물줄기인 것이다.

지난해 봄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우수(雨水)가 속한 2월의 강수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보통 겨울에서 봄 사이에 비가 적게 내리는 편이지만 작년 2월 강수량은 102.6mm로 평년 35.7mm 대비 287% 수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비가 많이 내리는 8월 강수량은 87.3mm로 역대 두 번째로 적어, 1973년 이래 처음으로 2월 강수량이 8월 강수량보다 많았다. 그러면 올해는 어떨까. 앞서 소개한 시조의 화자가 기다리는 대상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비가 언제 얼마나 내릴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아직 기상현상은 인간의 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더라도 마른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할 방법은 요원하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세찬 비가 쏟아져도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냥 기다리는 것뿐일까.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기상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기상청은 365일 24시간 날씨를 감시하고 예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첨단 장비와 기술을 활용해 강수량, 기온, 바람 등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수치예보모델을 활용해 날씨를 예측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날씨 정보를 전달하고, 가뭄과 집중호우, 한파,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정밀 예보가 기후변화 시대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음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더 정확한 예보를 제공하고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변화가 지속될수록 기상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앞으로 기상청은 기후변화와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삶을 수호하고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다.

봄비를 기다리는 일이 비가 내리기를 바라기만 하는 소극적인 행위가 아닌 비가 언제 내릴지 미리 알고 준비하는 적극적인 과정이 되기를 바라며, 기상청은 기다림의 시간이 의미 있게 채워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가 봄날의 촉촉함 속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기상청장 장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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