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약탈품도 시효가 지나면 소유권이 성립한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약탈품도 시효가 지나면 소유권이 성립한다?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5-03-11 17:33
  • 신문게재 2025-03-1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서산 부석사의 관음상이 지난 1월 24일 고향인 충남 서산 부석사에 돌아와 손님 마중이 한창이다. 계속된 폭설과 추운 날씨에도 찾는 이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봄이 오니 더더욱 많은 사람이 찾을 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음상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기적 같은 귀향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하지만, 100일을 보내고 5월 5일 부처님오신날 이후에 일본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한국 법원에서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판결을 할 수 있냐고 따져 묻는다.

2013년 2월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2016년 인도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핵심적인 쟁점은 서산 부석사에서 1330년 제작한 불상이 어떤 일이 있었기에 1526년 일본 대마도의 관음상에 안치되었나 하는 점이었다. 부석사 불상 봉안위는 역사 자료와 부석사의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1378년 9월 왜구에 의한 약탈로 특정하고 재판부에 피력했다. 그 결과 1심부터 3심까지 '왜구 약탈의 상당성'을 인정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다. 대마도에는 한국 불상 87점이 있다. 대부분 고려 불상이다. 대마도를 포함한 서일본 지역에는 집중적으로 고려 불화, 불상, 범종, 청자 등에 대해 취득 경위가 불명(不明)인 채 산재(散在)되어 있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국보, 중요문화재 113건은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중에 고려유산이 75건이다. 왜 이토록 많은 고려유산이 1930년 이전에 일본의 문화재로 지정했는지? 이유를 밝히는데 있어 '고려말 왜구 약탈'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이를 규명하는데 소홀히 하고 정부에서는 이를 '옛 일'로 방치했다. 이런 점에서 부석사 불상이 '왜구 약탈'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 측이 주장한 민법에 따른 점유 시효 성립을 받아들여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심이다. 자주 점유가 아닌 타주 점유의 경우에는 불성립한다는 판례가 있다. 그럼에도 일본 관음사가 종교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이후부터 '시간'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1526년 관음사가 창건될 때 주존불로 안치된 부석사 관음상이 그 이후 아무런 변경 없이 타주(약탈) 점유가 지속됐음에도 '시간'을 편집하여 필요한 만큼만 근거로 삼았다. 이는 두고두고 법조계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국외문화유산의 보존·활용 및 환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법률안에 약탈 등 불법적 수단에 의한 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 우리는 피해국가로 해외에 있는 문화유산의 많은 사례가 불법적 수단에 의한 반출이다. 특히 일본, 미국에 많다. 이를 환수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가해 국가는 민법을 들먹이며 재산권 보호를 주장하겠지만 우리와는 엄연히 사정이 다르다. 문화유산이 일반적 재산과는 다르다는 점은 1954년 헤이그 협약 이후 끊임없이 진보한 지성의 결과이고 국제사회의 합의이다. 이 결과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과거 약탈품에 대한 원상회복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정체가 심한 곳이 동아시아이다. 이를 촉진하고 강제할 수 있는 법률적 보완이 시급하다.

우리 법원의 결정에 따라 관음상을 4월 일본 대마도에 반환하기 전 이달 25일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과 김용주 신도회장과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 히로세 유이치 한국문화재반환연락회의 연구원(부산대박물관 연구원) 등이 서산 신자들과 함께 1박 2일 대마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조선통신사가 수백 년 전 숙소로 사용한 절인 이즈하라 서산사에 머물며 현지에 남아 있는 우리문화를 탐방하는 일정이다. 서산의 신자들이 방문하는 곳 중에는 쓰시마 박물관을 비롯해 1905년 을사늑약을 거부하고 의병전쟁 선봉에 선 면암 최익현 지사의 추모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국내에서 부석사 불상에 대한 관심과 계속 봉양하고자 하는 열의를 일본 측에 전달하고, 그동안 불상을 모신 대마도에 남아 있는 우리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관음상 결연문에 쓰여 있듯이 '길이 정성껏 봉양케 함이라'는 뜻처럼 관음상을 정성껏 봉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민주당 절반의 성공·국힘 예상외 선전… 내란청산·정권심판 팽팽
  2. 국민의힘 백성현 후보, 52.63% 논산시장 재선 성공
  3. 새벽에 뒤집힌 대역전극 환희와 눈물이 교차했던 대전교육감 당선 순간
  4. 대전교육 최우선 과제는 '학교 안전·학교 급식·교권 회복'
  5. [한화에어로 참사] "사고 재발 방지 이행 여부 확인"…경찰, 사업장 압수수색
  1. 세종교육 새 수장 '강미애' 그는 누구인가
  2. 교육계·시민사회, 새 교육감들에 주문 "현장 변화로 답해야"
  3.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4. [대입+] 6월 모평 국어·영어 쉬워지고 수학 비슷… 체감 난도는 엇갈려
  5. 생명연, 암세포 내성 약화시키는 기제 발견…항암치료 효과 회복 가능성

헤드라인 뉴스


[한화에어로 참사] "더는 일터서 목숨 잃지 않길"…합동분향소 발길

[한화에어로 참사] "더는 일터서 목숨 잃지 않길"…합동분향소 발길

"타지에서 일하는 아들 생각 나서 더 마음 아파요." 5일 오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유성구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은 이같이 말했다. "20대 희생자도 있다는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아들이 걱정됐다"라며 "남 일 같지 않다. 젊은 청년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은 더는 없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유성구청은 오는 25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400년 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당진시 `안민학 애도문` 국가보물 승격 추진
400년 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당진시 '안민학 애도문' 국가보물 승격 추진

당진시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충남도 유형문화재 제243호 '안민학 애도문 및 백자명기'를 국가 지정 문화유산(보물)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절차에 나선다. 시는 6월 5일 충남도 문화유산 안민학 애도문의 국가지정(보물) 승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8년 도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민학 애도문은 안민학 선생이 부인을 여의고(1576년 5월 10일 병자년) 관에 넣은 부장품으로서, 한글로 쓰인 16세기 애도적 내용의 편지다. 애도문은 1978년 소유자가 14대 조모인 현풍 곽씨 묘를 충..

제1회 섬비엔날레, 개막 300일 앞으로…24개국 70여 명 작가 참여 전망
제1회 섬비엔날레, 개막 300일 앞으로…24개국 70여 명 작가 참여 전망

2027년 4월 3일 개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제1회 섬비엔날레가 3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청남도와 보령시가 공동 설립한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행사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직위는 2026년 3월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전시, 행사 운영, 홍보, 교통·숙박, 안전관리 등 분야별 실행체계를 구체화했다. 4월에는 관계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협력 기반을 마련했으며, 5월에는 자문위원을 위촉해 전문가 의견 수렴 체계도 갖췄다. 전시 분야에서는 24개국 70여 명의 참여 작가 섭외와 작품 콘셉트, 설치 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