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11. 우리나라 모임 문화의 특성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11. 우리나라 모임 문화의 특성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3-1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오래전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한국은 '저녁 6시 이후가 선진화 되어야 한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녁 6시 이후에 이루어지는 '과거 몰입적, 인맥 제일주의'의 갖가지 모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소 논리의 비약은 있지만 모임 문화의 폐단을 잘 지적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적게는 2~3개, 많게는 20개가 넘는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임이 많은 사람들은 거의 매일 일과시간 이후를 쏟아부어야 하니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지요.

공직을 수행할 때, 이러한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 '공사 간 모임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관계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잘 이행되도록 특별히 당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조차도 막상 자신과 관련된 모임의 경우, '우리 모임만큼은 꼭 나와야 한다'는 부탁을 해오기도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모임의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실천이 잘 안되는 이중성을 확인하는 대목이지요.

아마도 우리나라의 모임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활성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지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보다도 가족, 회사, 학교, 지역사회 등 집단의 이익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단주의 문화와 모임 문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양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한국 사회의 특성을 형성해 왔고 그 안에서 개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모임 문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모임을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향우회나 동창회 같은 모임을 통해 소속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모임으로 맺어진 인맥으로 직장이나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며, 직장 내의 다양한 모임을 통해 동료 간의 화합과 상하 간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회적 장점을 가지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단점과 부담감도 있지요. 잦은 모임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의 부담도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특히 음주 문화와 관련하여 모임에서 음주를 강요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요된 분위기와 과도한 부담이 있을 수 있고, 직장 내 모임에서는 위계질서가 작용하여 프라이버시 침해나 피곤한 인간관계가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도 한국처럼 다양한 모임 문화가 있습니다. 회식 문화, 동창회, 망년회 등 다양한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각종 모임 문화에서 형식과 예절을 중시합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개인 공간을 지키려는 문화가 강하고 술을 마셔도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긍정적인 측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감정적인 유대감이 약해 모임 문화의 본질이 희석되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모임 문화도 많이 개선되고 있지요. 특히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억지스러운 모임이나 강제적인 회식에 대한 거부반응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자율적인 참여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모임 문화는 그 장점을 유지하면서 자율성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모임 문화는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진화되어 참여자 각자가 즐기는 문화가 되어야 하겠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3.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4.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5.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1. 사나래복지센터, 이웃들과 따뜻한 정 나누기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2. [인터뷰]장석영 대한언론인회 회장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