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백년을 지켜온 보호수,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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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백년을 지켜온 보호수,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때

정세훈 (주)다온에코 대표(이학박사)

  • 승인 2025-03-17 15:16
  • 신문게재 2025-03-18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정세훈 박사 사진
정세훈 (주)다온에코 대표
수백, 수천 년을 우리와 함께해 온 보호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그것은 조상들의 삶과 애환을 간직한 살아있는 역사이며, 역사적·학술적·생태적·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하듯, 지방산림청장과 시도지사는 산림보호법 제13조에 따라 보호수를 지정·관리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전국에 지정된 보호수는 총 13,870그루에 이른다. 전라남도가 4,161주로 가장 많고, 제주특별자치도가 158주로 가장 적다. 그러나 보호수들은 자연고사, 병해충, 천재지변, 재난·재해, 훼손 등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2020년 산림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9월까지 259주의 보호수가 해제되었으며, 2024년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기도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와 경주 성주 왕버들은 집중호우로 쓰러졌고,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되는 경북 울진의 대왕송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한편, 보호수는 인가(人家) 주변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인간 활동으로도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보호수 주변에 쓰레기가 방치되거나, 농약과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천안 양령리 향나무는 경작지와 인접해 있어 농약 피해가 우려되며,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는 관광객 증가로 인해 뿌리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보호수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보존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보호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고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울릉도 도동리 향나무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소 100년 이상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왔으며, 때로는 설화와 전설을 간직하며 주민들에게 정신적인 기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수 관리의 가장 큰 문제는 체계적인 유지·보수 작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보호수의 생육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예방적 관리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후 사후 대처 위주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호수의 장기적 생육을 위해서는 예방적 관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는 예산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편, 대전세종연구원에서는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호수와 관련된 과제를 수행하여 대전 내 보호수 관리를 위한 방안을 제시할 계획인데 이러한 노력은 관련 기관 및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보호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수적이다.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보호수 관련 에피소드가 등장하며 일시적으로 보호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관심이 줄어들었다. 보호수 보호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보호수의 가치를 알리고 주민들이 보호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병해충 피해와 훼손 등 인위적인 요소로 인한 보호수의 위협은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보호수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인위적인 훼손을 막기 위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보호수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보호수를 관리하는 담당 기관과 시민들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보호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호수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보호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산증인이다. 보호수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다. 우리 주변의 보호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세훈 (주)다온에코 대표(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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