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12. 배신은 참기 어려운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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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12. 배신은 참기 어려운 고통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3-2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인간이 일상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이 가장 참기 어렵다고 지목하는 정신적 고통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이지요.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먼저 '고립과 외로움'입니다. 외로움과 소외는 인간이 견디기 가장 어려운 감정 중 하나지요. 다음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같은 '상실'입니다. 이 상실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지요. 세 번째는 '수치심과 죄책감'입니다.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믿는 감정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신과 신뢰 상실'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가까운 사람의 배신은 존재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이 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가까운 사람의 배신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지요. 정치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을 꼽는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이 긴장을 늦추고 약점을 드러내었던 측근에게 배신당한 충격과 씁쓸함은 흡사 사랑과 보호를 맹세했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혼당한 배우자의 심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목사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략 60퍼센트가량이 목회 생활 중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경험했는데, 그들 중 절대다수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경험을 꼽았습니다. (해럴드 마이라 외 '빌리 그레이엄의 리더십 비밀' 205쪽 참조) 이렇게 본다면 일반인에게도 일상에서 배신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따라서 배신이라는 감정적 타격에 대비해야 하겠지요.

존 고트먼이라는 심리학자는 배신이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남기는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습니다. 존 고트먼의 핵심 주장은 배신은 관계 붕괴의 핵심이며 트라우마의 근원이 된다고 하였지요. 배신은 "내가 의지하고 믿던 것이 다 거짓말이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이때 심리적 충격이 크면 뇌는 트라우마 반응을 일으켜 심리적 뿌리가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신을 당한 후 사람들은 '과도한 경계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지요. 감정적으로 과민해하고 만성 불안과 불신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신에 대한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배신한 사람을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저명한 종교인들의 견해지요. 혜민 스님은 나 스스로를 위해서 배신한 사람을 용서하라고 했습니다. 절대로 쉽지는 않고, 자꾸 억울한 마음이 들겠지만, 나만을 생각한다면 그를 용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정 스님도 '용서'라는 글을 통해 배신한 사람을 용서함으로써 나 자신이 용서받으며 맺힌 것이 풀어지기 때문에 자유로워진다고 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도 사랑을 배반한 과거의 연인, 은혜를 원수로 갚은 사람, 부당하게 재산을 갈취한 형제, 등 배신자를 열거하면서 그들을 용서하라고 한 것이지요.

제 주관적으로 생각하면 몇 번의 배신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위에 언급한 스님들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배신자를 용서한다면 상대방은 '용서'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이해'라고 하고 싶은데, 다만 아직 한 사람이 남아있습니다. 그를 용서(이해)하지 못하니까 아직도 고통으로 남아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올해는 그를 용서(이해)하자고 기도합니다. 용서라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상처받은 피해자가 아니라 포용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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