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전파 과학과 광 과학이 만나는 지점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전파 과학과 광 과학이 만나는 지점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3-20 18:02
  • 신문게재 2025-03-21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320091713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19세기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이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한 이후, 과학자들은 라디오나 핸드폰 등에서 활용되는 '전파'와 태양이나 조명에서 나오는 '빛'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기술의 한계 때문에 '전파 과학'에서는 기가헤르츠(GHz, 10의 9승 Hz) 수준 이하의 주파수를 갖는 전파에 집중해 기술을 발전시켰고, 빛을 활용하는 '광 과학'에서는 수백 테라헤르츠(THz, 10의 12승 Hz) 수준의 주파수를 갖는 가시광선 대역 혹은 근적외선 대역을 주로 활용해 관련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다 보니, 1테라헤르츠 근처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갖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는 전파 과학과 광 과학 분야 모두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주파수 대역은 오랫동안 테라헤르츠 틈(Terahertz Gap)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늘 진보하고 발전을 멈추지 않는다. 전파 과학자들은 새로운 소자와 미세공정 기술을 통해 점차 전파의 활용 주파수를 높여왔고, 현재는 테라헤르츠 주파수를 갖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키고 측정하는 안테나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광 과학자들도 발전하는 레이저 기술 및 광 과학 기술들을 활용해 테라헤르츠파를 발생시키고 측정하는 기술들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제는 테라헤르츠 틈이란 말이 무색하게 전파 과학과 광 과학 모두에서 테라헤르츠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테라헤르츠파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전파 과학과 광 과학 분야의 기술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파 과학 분야에서는 테라헤르츠파의 도입으로 무선 통신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 무선 통신에서 사용되는 주파수보다 테라헤르츠파의 주파수가 훨씬 높기 때문이며, 테라헤르츠파를 활용하면 100기가비트/초(Gbps) 이상의 초고속 통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 과학 분야에서는 테라헤르츠파 덕분에 물질의 분광학적 특성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폭발물이나 마약과 같은 위험 물질 탐지 기술이 발전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테라헤르츠파가 감기 바이러스도 탐지할 수 있다고 하니 관련 기술의 발전도 기대된다.

테라헤르츠파의 다른 매력은 전통적인 전파 과학과 광 과학 기술이 만나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비파괴 검사를 들 수 있다. 전파는 물질을 쉽게 통과하지만 정밀하게 볼 수 없고, 가시광선은 해상도가 뛰어나지만 깊은 내부까지는 통과하지 못한다. 테라헤르츠파는 이 두 가지 특성이 결합해, 물질의 내부 구조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술적 강점 때문에 현재 테라헤르츠파는 공항 내 보안 검색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테라헤르츠파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측정기술 고도화 및 측정표준 확립을 수행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는 여러 부서에서 테라헤르츠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KRISS 비파괴측정그룹에서는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접목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 비파괴 검사 기술을 선보인 바 있으며, 개발된 테라헤르츠 비파괴 검사 기술을 확장해 응용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전자파측정그룹에서는 산학연 연계로 테라헤르츠파를 활용하는 차세대 무선 통신 기술을 활발히 연구해 최근에는 해당 주파수 대역의 임피던스 측정표준 기술을 확립해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필자가 속한 광도측정그룹에서는 새로운 양자센서 기술로 테라헤르츠파를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기존 광 과학에서 주로 활용하는 열 측정 기반 기술과 비교하고 새로운 복사조도(Irradiance) 측정표준 기술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탐험했던 것처럼, 테라헤르츠파 기술을 연구를 하는 것이 마치 탐험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전파 과학과 광 과학 기술이 만나 새로운 주파수 영토를 개척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지의 영역을 알아가는 즐거운 탐험 여정 중에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기술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발표… 충청권 대학 정원 감축 대상은?
  2. 사실상 처벌 없는 관리… 갇힘사고 959번, 과태료는 3건
  3. [라이즈人] 홍영기 건양대 KY 라이즈사업단장 "학생중심 성과… 대학 브랜드화할 것"
  4. 법무부 세종 이전 탄력받나…"이전 논의에 적극 응할 것"
  5. 대전교육청 교육공무원 인사… 동부교육장 조진형·서부교육장 조성만
  1. 대전교육청 공립 중등 임용 최종 합격자 발표… 평균경쟁률 8.7대 1
  2. 전문대 학사학위과정 만족도 2년 연속 상승… 재학생·졸업생 모두 4점대
  3.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4.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5. 건양대-아이언닉스 AI 인재양성·생태계 조성 맞손

헤드라인 뉴스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허용?… 골목상권에 ‘로켓탄’ 던지나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허용?… 골목상권에 ‘로켓탄’ 던지나

당·정·청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골목상권인 소상공인들이 즉각 반발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매출 급감이라는 직격탄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최근 실무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청은 해당 법에 전자상거래의 경우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

[정책토론회]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방의회`의 역할과 준비 과제를 묻다"
[정책토론회]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방의회'의 역할과 준비 과제를 묻다"

연말부터 본격화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본궤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충남·대전통합특별법안을 국회에 발의하며 입법 절차에 들어가면서다. 민주당은 9일 공청회, 20~21일 축조심사, 26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 충남대전특별시 출범이 현실화된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김태흠 시·도지사와 지역 국민의힘은 항구적 지원과 실질적 권한 이양 등이 필요하단 점을 들어 민주당 법안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시민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통합이 추진..

부여 관북리 유적서 `백제 피리` 첫 확인… 1500년 잠든 ‘횡적’이 깨어나다
부여 관북리 유적서 '백제 피리' 첫 확인… 1500년 잠든 ‘횡적’이 깨어나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소장 황인호)는 5일 오전 부여군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부여 관북리 유적 제16차 발굴조사 성과 공개회를 진행했다. 이번 공개회에서는 2024~2025년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들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알렸다. 부소산 남쪽의 넓고 평탄한 지대에 자리한 관북리 유적은 1982년부터 발굴조사가 이어져 온 곳으로 사비기 백제 왕궁의 핵심 공간으로 인식된다. 대형 전각건물과 수로, 도로, 대규모 대지 등이 확인되며 왕궁지의 실체를 밝혀온 대표 유적이다. 이번 16차 조사에서 가장 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

  • 단속 무시한 건축 폐기물 무단 투기 단속 무시한 건축 폐기물 무단 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