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건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반응" 대전 급식 갈등 A고에 붙은 대자보

  • 사회/교육

"부끄러운 건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반응" 대전 급식 갈등 A고에 붙은 대자보

  • 승인 2025-04-14 17:24
  • 신문게재 2025-04-15 6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414165411
대전 급식 갈등 사태를 겪고 있는 A고에 붙은 한 학생의 글.
"조리원 선생님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급식이 결국엔 우리에게도 가장 좋은 급식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조리원 처우 개선과 맞물려 대전 A고 급식 갈등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해당 학교 재학생이 교내 대자보를 통해 밝힌 소신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A학교 '한 명의 학생'이라고 밝힌 이가 학교에 '부끄러운 건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반응'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다만 해당 대자보는 현재 철거된 상태다.

'조리원 파업에 대한 한 학생의 생각'을 적은 이 글엔 현재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의 준법투쟁과 이를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는 학생의 의견이 담겼다. 이 학생은 "최근 조리원 선생님들께서 노동 권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서신 상황을 접하며, 학교 안팎에서 나오는 반응들(특히 일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불만과 비난)을 보며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물론 급식 중단과 교사 배식대 철거, 반찬 수 제한 같은 변화는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거나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안에서 퍼지고 있는 반응은 단순한 불편함의 표현을 넘어서 감정적이고 편향적인 비난으로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분위기가 오히려 쟁의의 본질을 왜곡하고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학교는 3월 31일 조리원과 학교 측의 갈등으로 당일 급식 파업이 일어났고 이후 학교 측이 석식을 중단한 상태다. 학교는 안내문을 통해 "쟁의 행위 내용을 적용하게 되면 급식의 질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중식만이라도 최소한의 질을 유지해 보고자 부득이 석식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조리원 당일 파업 등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등굣길 피켓 시위를 진행했으며 학생회는 의견문을 통해 집단 급식거부 대응을 계획을 알렸다. 10일 학생회는 "급식 조건 변경 없이 현재와 동일하게 건강하고 안정적인 급식 제공을 강력 요구하며 학생들의 건강권 침해행위 발생 시 집단 급식거부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홀로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학교가 발표한 안내문이 조리원 사정이나 노동환경에 대한 설명 없이 학교 입장 중심으로 쓰였으며 학생회 입장 역시 일방적인 입장을 전파하고 서명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학생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지 조리원 선생님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래의 나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며 "부끄러운 건 이틀간의 파업과 진행 중인 쟁의가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보인 냉소와 조롱이다. 이 글과 소수의 의견이 억압되거나 묻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역에선 A고를 비롯해 급식 조리원 갈등 사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11일 B중 조리원이 단체 병가를 내면서 이날 대체식이 제공됐다. 다만 이들 조리원은 조만간 현장 복귀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학비노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시일 내 학교에 방문해 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하고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A고 대자보에 대해선 "큰 힘이 되고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3. 천안어린이꿈누리터, '2026 찾아가는 팝업놀이터' 본격 운영
  4.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5.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1. 공군2여단, 호국보훈의 달의 맞아 국가유공자 초청 행사 실시
  2.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3.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영준)은 18일 제35번째 '칭찬배달통' 수상자로 회계과 이형근 주무관을 선정하고 전달 행사를 개최했다.
  4. 천안의료원, 천안·아산 보건진료소장 역량강화 교육 실시
  5. 한국 축구 대표팀, 월드컵 2차전서 난적 멕시코 0대1 석패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