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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관저동에 위치한 관저다목적체육관의 수영장 천장 타일이 부서져 떨어진 모습(좌), 그물망과 타일로 임시 조치를 해놓은 모습(우)./사진=독자제공 |
4월 29일 오후 1시 서구 관저동의 관저다목적체육관의 수영장. 강습 시작을 기다리던 한 중년 여성 한 명이 조심스레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말은 담담했지만, 눈빛만큼은 불안해 보였다.
여느 날처럼 수영장 탈의실 안은 수강을 준비하는 여성들로 북적였다.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모인 이들은 대부분 40~60대 중년 여성들이다. 출근 전이나 집안일을 마친 뒤 시간을 쪼개 찾아온 이들은 "운동 겸 건강 챙기려고 다닌다"며 수영복을 매만졌다.
하지만 이들의 시선은 수영장 입구 너머 천장으로 향해 있었다. 몇몇은 농담처럼 웃어 보였지만 말끝마다 긴장이 배어 있었다. 한 여성은 "요즘엔 물보다 위가 더 신경 쓰여요"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수영장 내부 천장에는 하얀 그물망이 거미줄처럼 걸려 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타일 파편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다. 현장 직원은 "위험한 타일은 교체했지만, 완전히 새로 고치기 전까진 그물망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곳은 대전 서구청이 위·수탁으로 운영하는 공공 체육시설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수강료가 저렴해 인근 주민과 체육관 인근 직장인,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천장 타일 낙하 현상이 최근 들어 잦아지면서 이 평온한 수영장이 점차 불안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만 해도 여러 장의 타일이 떨어졌고 이에 따른 민원이 서구청과 지역 국회의원실로 연이어 접수됐다.
이 수영장에서 주 4회 강습을 받고 있는 김 모 씨(41·서구)는 "강사님도 친절하고 수강료도 부담이 없어서 이 수영장을 애용하고 있다"며 "최근 천장 타일이 떨어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조금만 소리가 나도 천장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떨어질 일 없다고 해도 그물망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진 않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자유 수영을 나온 이 모 씨(55·서구)는 "맨 발로 돌아다니는 곳인데 바닥에 떨어진 파편이라도 밟을까 무섭다"며 "더 무서운 건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다들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영장 측은 현재 안전 점검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그물망과 임시 타일 교체를 통해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지금 당장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구청은 사태를 인지하고 올해 초 대전시로부터 특별교부세 2억 원을 받아 천장 보수 예산을 확보했다. 당초 3~4월 중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시공 예정 업체 측이 "천장 내부 습기가 너무 많아 안정적인 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9월로 일정을 늦췄다.
서구 관계자는 "습기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면 부실 시공 우려가 있어 기다리는 것"이라면서도 "최근 민원이 늘고 타일 낙하 건수가 많아지면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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