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성심당 경제학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성심당 경제학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 승인 2025-05-26 14:05
  • 신문게재 2025-05-27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풍경소리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주말에 은행동 성심당을 가 본 적이 있는가? 아침 8시, 이른 시간인데도 장사진을 이룬다. 대전이 왜 최근 웨이팅의 도시라 불리는 지 실감이 난다. 대전은 밀가루를 활용한 빵과 칼국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다. 대전 빵의 역사는 6·25 전쟁 중에 제공된 원조물자인 밀가루를 활용해서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성심당은 시작됐다. 1950~60년대 빵, 1970~80년대 칼국수로 대표되는 대전의 밀가루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돼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과 문화콘텐츠가 되었고 현재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 성심당이 단연 선두주자다. 대전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전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 매출액 488억 원, 2024년 매출액 1937억 원이라고 하니 5년 만에 4배 성장한 대단한 지역기업이다. 미국의 스타벅스도 이랬을까 싶다. 80년대에 대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전역과 은행동 사이에는 많은 빵집들이 있었다. 젊은이들의 미팅장소였던 태극당, 봉봉제과 등 크고 작은 빵집들이 많았지만 유독 성심당만이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다녀가고, 자랑스럽게 성심당 로고가 찍힌 빵을 담은 큰 민트색 쇼핑백를 가지고 다닐까? 맛이 있어서? 가성비가 좋아서?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오고 가는 높은 교통비를 감안하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가 더 숨어 있는 것 같다. 성심당은 프렌차이즈 전략을 쓰지 않았다. 오직 대전시에만 4개의 직영점을 운영한다. 또한 화려한 광고나 엄청난 마케팅 비용도 없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압도적인 자본력, 마케팅 파워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성심당은 다른 기업들이 갖지 못한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최근의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제품을 단순구매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제품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성심당의 빵만 사는 게 아니라 성심당이라는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사업이 확장돼도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그날 생산된 빵은 그 날 모두 판매하고 남는 것은 기부한다는 약속,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직장문화,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장인정신, 이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성심당이라는 선한 기업 이미지를 만들었고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제품에 대한 신뢰, 직원에 대한 신뢰, 경영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성심당은 이제 대전의 고유 브랜드가 됐고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이자 사회적 자본이다. 성심당은 많은 다른 기업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바라본 성심당은 또 하나의 혁신기업이다. 그동안 빵에 관한 지적 재산권만 49건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특허청에서 발명의 날 60년을 기념해 성심당과 함께 전국을 투어 할 만하다. 내년이면 성심당이 시작된 지 70년이라고 한다. 업력으로 보아도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에 속한다. 현재 66개의 대전 상장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상장한 기업이 ㈜우성인데 1968년에 시작했으니 그 역사가 짐작이 된다.

성심당은 대덕특구의 첨단과학기술기업들 뿐만 아니라 대화동 대전산단 등 5개구에 널리 퍼져있는 전통기업들에도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전을 기반으로 최고의 빵집으로 성장한 기업, 서울 유명 백화점 등의 손짓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성심당.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일류시민들과 함께할 때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기업이다.

성심당은 국제적 투자기준인 ESG경영에도 부합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 평등한 직장문화, 법과 윤리의 철저한 준수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날로 변화하는 AI시대에 잘 적응하고 진화하고 있다. 성심당이 가고 있는 변화의 물결을 다른 우리지역 기업들도 함께 하길 바란다. 초일류경제도시로 나아가는 우리 대전의 자부심이다.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아산시 어의정로 교차점 광장 준공
  3.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4.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5.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1.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2.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3.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4.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5.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대전시민의 당뇨와 비만의 만성질환 관리부터 감염병 예방과 임산부·아동 건강을 살피는 보건소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인구 1만 명당 보건소에 근무하는 인력을 비교한 결과 대전은 부산의 절반 수준이고, 대구와 광주, 울산, 인천보다 적어 시민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소 인력 배치가 가장 적은 광역시로 파악됐다. 2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의 5개 보건소에 근무하며 시민의 공공보건 의료를 뒷받침하는 인력이 광역시 중에서 가장 적은 상황이다. 2024년 말 지역보건의료기관총람 기준으로 대전 5개 보건소 근무 인원은 총 540명으로..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대전에서 어린 자녀 2명을 태우고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음주운전 사고 증가가 우려되면서 단속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과 음주운전 혐의로 30대 여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21일 오후 8시 40분께 대전 서구 변동의 한 오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중 맞은편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승용차와 택시를 잇따라 들이받은..

[기획시리즈]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기획시리즈]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