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2. 5월을 보내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22. 5월을 보내며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5-29 12:00
  • 신문게재 2025-05-30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5월은 며칠 남지 않았네요. 많은 시인들은 아름다운 계절 5월을 노래했지요. 계절에 대해 좋은 시를 많이 쓴 이해인 시인도 '5월'의 시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꽃 안개꽃이



모두 흰빛으로 향기로운 5월,

푸른 숲의 뻐꾹새 소리가 시혼(詩魂)을



흔들어 깨우는 5월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신록의 숲으로 들어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만나고 싶다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생명의 축제를

우선은 나 홀로 지낸 다음

사랑하는 이웃을 그 자리에 초대하고 싶다'

이렇게 5월은 '생명의 축제'를 구가하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저에게 5월은 흰빛 향기보다는, 또는 모란이 피는 찬란한 봄이라기보다는 보람마저 서운케 무너지는 그런 달이라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해 5월, 저는 증오의 타깃이 되었고 칼바람 휘몰아쳐 감성이 춤추는 판이 벌어진 그런 달이었습니다. 광풍이 지난 후 서로가 허망하여 마음 놓고 위로의 인사도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슬픈 눈망울은 아직도 제 눈에 밟히고 있지요. 그것은 바로 '대전은 요'로 시작되는 그해 5월의 선거였습니다. 올해 5월도 큰 선거를 앞두고 '칼바람이 휘몰아쳐 감성이 춤추고' 있지요. 그러나 '집단지성'의 힘으로 성숙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5월의 기억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구약성경 시편에 나오는 구절을 읽으며 위안을 받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뿐만 아니라 제가 기억하는 그 5월은 저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이미 취사선택을 하고 감정을 덧붙인 형태로 저장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억'과 관련하여 최근에 좋은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억에 대한 25년간 연구에 매진한 신경과학자 겸 임상심리학자인 차란 란가니스 교수가 '기억한다는 착각'이라는 저서를 출판하였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기억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에 더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그림은 "완전한 사실이라기보다 화가의 시각이 반영된 해석과 추측이 어느 정도 섞여 있다"라는 것이지요.

저자는 기억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과학책 읽기'를 쓰고 있는 김명남은 "기억은 한번 습득한 정보를 잘 간직했다가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 더 빠르게 환경을 파악하고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기술이지 옛 추억에 잠기라는 기능은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한겨레 신문' 2025년 5월 24일자 참조) 그렇습니다. 저도 어느 5월의 기억이 '보람마저 서운케 무너지는 그런 달'이 아니라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단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5월이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그런 슬픈 기억은 뒤로 하고 가까운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활기차게 보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금언처럼 간직하고 있는 말, '추억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해석이다'라고 생각하며, 올해의 5월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고의로 법인 업무 방해한 부녀 벌금형
  2. 천안시, 장애인 동·하계 레포츠캠프공모 선정…국비 확보
  3. 천안시, 업무대행의사 6명 확충…의료공백 선제적 대응
  4. 천안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큰 어른' 이동녕 선생 서거 제86주기 추모제 거행
  5. 천안시, 신규농업인 기초영농기술교육 참여자 모집
  1. 천안법원, 무단횡단 행인 들이받아 사망케 한 50대 남성 금고형
  2. 천안시, 찾아가는 정비사업 설명회 성료
  3. 천안시, '찾아가는 안전취약계층 안전교육' 실시… 맞춤형 안전망 강화
  4. 아산시, 초등 돌봄교실서 아동 비만 예방 나선다
  5. 아산시, 중동지역 위기 대응, 비상경제대응 TF팀 구성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충청 메가통합론 지방선거 금강벨트 달구나

李대통령 충청 메가통합론 지방선거 금강벨트 달구나

대전 충남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여권에서 이를 넘어선 충청권 메가 통합론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서 이슈를 선점하고 여당 의원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지역 내에 꺼져가는 행정통합 동력을 재공급하고 나선 것이다. 여권발 충청 메가 통합론이 6·3 지방선거 앞 대전 충남 통합 불발로 시계제로에 빠진 금강벨트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충북 타운홀미팅에서 "충청남북(도)과 대전까지 통합해 하나의 거대한 정주 여건·행정체계를 만들 것인지를 (충북도민들도..

중동 불안에 대출금리 `들썩`…영끌·빚투족 시름 깊어진다
중동 불안에 대출금리 '들썩'…영끌·빚투족 시름 깊어진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금리가 들썩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투자한 주택과 주식 등 자산시장 흐름마저 불확실해지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504% 수준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16일(연 4.130∼6.297%)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상단은 0.207%포인트, 하단은 0.120%포..

기름값 진정세 속 ‘저가 주유소 행렬’… 불법 유통 가능성
기름값 진정세 속 ‘저가 주유소 행렬’… 불법 유통 가능성

석유 최고가제가 시행되며 급등세를 보이던 기름값이 다소 진정됐지만 사재기나 가짜 석유 판매 등 불법행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는 모습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4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안영동의 한 주유소. 대전 주유소 평균 가격인 1812원보다 리터당 33원 저렴한 1779원으로 주말 아침부터 주유를 하려는 차량이 줄을 서는 모습이 이어졌다. 마트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지는 주유 줄서기가 오전 내내 계속됐다. 이처럼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석유 최고가제 시행에도 가격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

  • 사라져 버린 구리로 만든 교량 이름판 사라져 버린 구리로 만든 교량 이름판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