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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9% 올렸다. 2024년 11월 9.5% 올린 데 이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또 가격을 인상했다.
모카골드 믹스(180개) 제품은 대형마트 가격이 약 3만 5000원으로 6000원가량 올랐다. 롯데웰푸드도 8개월 새 과자와 아이스크림 수십 개를 두 차례 인상하면서 빼빼로 2000원 시대를 열었다. 크런키 가격은 40% 넘게 뛰었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에 이어 스프 가격을 인상했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올리고 두 달 만에 요플레 등 발효유 제품을 또 올렸다.
가격을 인상한 식품·외식업체는 최근 6개월간 60곳이 넘는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주요 가공식품 가격은 최근 1년 새 적잖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식품 34개 품목 중 24개의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7.1% 올랐다. 품목별 상승률은 맛살 가격이 50%로 가장 높았고 커피믹스 34.5%, 고추장 25.8%, 콜라 22.6%, 컵밥 22.2%, 카레 18.0% 등의 순이다. 또 참기름(13.3%), 즉석죽(13.2%), 간장(12.4%) 등도 10%대의 높은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3월과 비교하면 커피믹스 가격이 14.4% 뛰었고 햄이 8.9%, 소시지 6.4%, 카레·컵라면 각 4.3% 등의 상승 폭을 보였다. 이 같은 가격 동향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와 같은 일선 유통 채널에서 제조사 출고가 인상이나 유통업체 할인행사 등을 반영한 실구매가격의 움직임을 집계한 것이다. 4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값이 4.1%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1%)을 훨씬 상회하면서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 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만 해도 1.3%였다. 그러다 2024년 12월 2.0%에 이어 올해 1월 2.7%로 높아졌고, 2월 2.9%, 3월 3.6% 등 매달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외식 물가도 지난 4월 3.2% 올라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14만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었는데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오히려 식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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