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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불과 3~4년 전, 이 기업들에 들어가기 위해 IT 개발자뿐만 아니라 관련 전공이 아닌 문과생들도 코딩 학원에 등록하고 너도나도 코딩을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신입 개발자들은 최소 연봉 6000만 원을 받으며 입사했고, 1~2년마다 더 높은 연봉을 찾아 이직하는 것이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개발자 대란 시기를 돌이켜보면 개발자 급구, 개발자 우대 등의 슬로건을 내건 채용 공고가 넘쳐났다. IT 기업들은 개발자 확보와 이탈 방지가 생존의 조건이었고, 코딩 실력은 곧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그 시절 개발자는 분명 가장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25년 현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실리콘밸리와 판교 등 IT 분야를 선도하는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직군을 꼽으라면 아마도 개발자가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자들이 만든 AI 기술이 개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올해 초 등장한 '바이브 코딩'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의 세부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상당 수준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코딩 방식이다. 이제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AI와 대화하듯 코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채용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네카라쿠배당토 중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올해 신입 IT 개발자 공개 채용을 전면 중단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5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해고 대상 중 약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카카오는 더 직접적으로 신입 개발자 채용 대신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를 사내 게시판에 공지하며 AI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필자도 최근 바이브 코딩을 직접 경험해보며 변화의 속도를 실감하고 있다. 몇 줄의 자연어 설명만으로도 복잡한 프로그램이 뚝딱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 전통적인 개발 방식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개발자라는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은 개발자 직군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수공업을 대체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듯이, AI 시대에도 개발자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미래의 개발자는 단순한 코드 작성자에서 벗어나 'AI 협업 전문가'가 될 것이다.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AI 도구 활용 전략 수립 등 더 고차원적인 업무가 핵심이 될 것이다. AI가 할 수 없는 창의적 문제 해결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려면 교육과 인재 양성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을 암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사고력과 AI 도구 활용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대학들에는 이런 변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수도권 IT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중단한 지금, 지역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AI 협업 중심의 교육 과정을 선도적으로 도입한다면 차별화된 인재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발자 황금기의 종말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과거의 네카라쿠배당토 신화가 저물고 있지만,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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