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AI가 코딩하는 시대, 지역 대학의 해법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AI가 코딩하는 시대, 지역 대학의 해법은?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승인 2025-06-10 14:26
  • 신문게재 2025-06-1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용성 교수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 토스)'

불과 3~4년 전, 이 기업들에 들어가기 위해 IT 개발자뿐만 아니라 관련 전공이 아닌 문과생들도 코딩 학원에 등록하고 너도나도 코딩을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신입 개발자들은 최소 연봉 6000만 원을 받으며 입사했고, 1~2년마다 더 높은 연봉을 찾아 이직하는 것이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개발자 대란 시기를 돌이켜보면 개발자 급구, 개발자 우대 등의 슬로건을 내건 채용 공고가 넘쳐났다. IT 기업들은 개발자 확보와 이탈 방지가 생존의 조건이었고, 코딩 실력은 곧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그 시절 개발자는 분명 가장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25년 현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실리콘밸리와 판교 등 IT 분야를 선도하는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직군을 꼽으라면 아마도 개발자가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자들이 만든 AI 기술이 개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올해 초 등장한 '바이브 코딩'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의 세부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상당 수준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코딩 방식이다. 이제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AI와 대화하듯 코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채용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네카라쿠배당토 중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올해 신입 IT 개발자 공개 채용을 전면 중단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5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해고 대상 중 약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카카오는 더 직접적으로 신입 개발자 채용 대신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를 사내 게시판에 공지하며 AI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필자도 최근 바이브 코딩을 직접 경험해보며 변화의 속도를 실감하고 있다. 몇 줄의 자연어 설명만으로도 복잡한 프로그램이 뚝딱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 전통적인 개발 방식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개발자라는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은 개발자 직군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수공업을 대체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듯이, AI 시대에도 개발자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미래의 개발자는 단순한 코드 작성자에서 벗어나 'AI 협업 전문가'가 될 것이다.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AI 도구 활용 전략 수립 등 더 고차원적인 업무가 핵심이 될 것이다. AI가 할 수 없는 창의적 문제 해결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려면 교육과 인재 양성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을 암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사고력과 AI 도구 활용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대학들에는 이런 변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수도권 IT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중단한 지금, 지역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AI 협업 중심의 교육 과정을 선도적으로 도입한다면 차별화된 인재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발자 황금기의 종말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과거의 네카라쿠배당토 신화가 저물고 있지만,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