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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행복청 기획조정관 |
그러나 도시가 지닌 가능성과 잠재력이 언제나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도상국의 과밀하거나 낙후된 도시뿐 아니라 뉴욕, 파리, 도쿄, 암스테르담,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 유수의 선진 도시들조차도 기반 시설의 노후화 및 비효율적 공간 사용으로 인해 경제적·사회적 불균형 등 구조적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 위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디지털 전환에의 적응 등 새로운 시대적 과제까지 끊임없이 밀려드는 추세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닮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대표적인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로 하나, 상업지구 하나의 배치만으로도 도시 전체의 균형은 물론, 향후 도시 발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실제 도시도 마찬가지다. 작은 선택 하나가 도시의 명운과 시민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도시계획과 운영에 있어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튜토리얼' 역할의 도시가 있다면 어떨까. 도시구상부터 설계, 건설에 이르기까지 도시 조성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밟아온 행복도시는 이러한 튜토리얼 도시로서 다른 국가와 도시들이 참고하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실질적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행복도시는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07년부터 세종시 일원에 건설 중인 국가 주도의 계획도시다. 사업을 담당하는 행복청은 주거·교통·녹지·공공서비스 등 기능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설계했고, 그 결과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행복도시는 현재 인구 31만 규모의 도시로 성장해 왔다. 매년 실시하는 국토부의 '도시정책지표' 조사나 통계개발원의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도시를 포함한 세종시가 주거환경 만족도·녹지환경 만족도 등 다수 지표에서 전국 1, 2위로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행복도시는 단기간에 도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조성했고, 공공건축의 상징성과 도시 미학을 결합해 도시품격을 높였으며, 보행 및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와 녹지가 어우러진 생활권 구조를 실현했다. 이러한 성과는 신도시 개발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을 추진하는 여러 나라에 유용한 참고 자료이자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행복청은 행복도시 건설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며 도시외교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과는 정부 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도시계획 수립, 인프라 조성 등 전반에 걸쳐 정책 자문 및 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를 통해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체계도 마련하여 운영 중이다. 또, 몽골의 경우 울란바토르 도시계획 현대화를 위한 자문과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탄자니아, 이집트 등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행복청의 국제협력은 단순한 설계 조언이나 기술 이전의 수준을 넘어, 제도·운영·민관협력 등을 통합적으로 전수하는 새로운 도시협력 모델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행복청은 앞으로 k-도시 모델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고, ODA 및 다자협력을 연계한 실질적 협력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국내 민간기업과의 공동 진출 기반을 강화하고, 외국 도시행정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도시운영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도시개발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질문에 대해 행복도시는 새로운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렇듯 행복도시가 쌓아온 경험과 성과는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세계 여러 도시에 정책적 통찰을 주는 영감이자 이정표가 되리라 믿는다./박상옥 행복청 기획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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