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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지난해 집중호우로 무너졌던 갑천 제방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정바름 기자) |
11일 오전 10시께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다시 만난 김환수(68)씨는 하천 제방 복구공사에 한창인 현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7월 새벽에 내린 갑작스러운 폭우에 불어난 하천물을 막던 제방까지 무너져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업 농업인으로 오이 농사를 짓는 김 씨가 밤낮없이 살피며 정성껏 키운 한해의 결실은 전부 물에 휩쓸렸다. 비닐하우스 6동이 무너졌지만 지자체의 농가 피해 지원도, 농업 재해 보험금도 적어 재건하는데 빚만 늘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이제는 비 예보만 봐도 걱정이 태산"이라며 "관에서 5월 말까지 제방 복구를 끝낸다고 들었는데, 현재까지도 공사가 이어지고 있어 안심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장마 소식에 수해를 겪은 정뱅이마을 주민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김 씨의 말처럼 용촌 철교 주변에서는 제방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앞서 집중 호우에 40㎝가량이 무너졌던 용촌좌안1제 제방 복구는 일대 갑천 구간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됨에 따라 금강유역환경청이 맡게 됐다.
금강청은 "기존보다 제방 규모를 키워 축조했고, 현재 그물망 등으로 고정하는 작업만 남아 속도를 높여 올해 6월 말까지 공사를 마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른 장마가 복병이다. 이날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더 빨리 찾아와 이번 주말부터 영향을 미쳐 다음 주 충청권에도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그간 관리기관이 일부 구간 준설로 하천 물그릇을 키웠다곤 하지만, 봉곡2교 주변 두계천과의 합수 지점은 하천 바닥에 두텁게 쌓인 퇴적물과 식생이 여전히 무성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 A씨는 "여기가 계룡산에서 내려온 하천물하고, 대둔산에서 내려오는 하천물하고 합해지는 지점이라 중요한데, 이쪽은 준설 작업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이 지점에 설치된 배수 펌프 용량도 더 늘어나야 한다고 구청에 계속 건의하고 있지만, 개선이 안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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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지난해 수해로 복구하지 못한 한 주민의 흙집.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달라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변 주민은 전했다. (사진=정바름 기자) |
마을 부녀회장의 집에는 하천물이 처마 밑까지 차올랐던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도로의 아스팔트 바닥은 물에 휩쓸려 일부가 깨져 있고, 마을 가로등은 아직 설치가 더 필요한 상태다.
주민들은 올해는 장마 대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마을 경로당에 만난 한 어르신은 "물난리 때문에 작년에 대피소에서 고생하고, 집을 고치는데도 드는 비용이 수천만 원이라 그냥 놔두고 아들 내외랑 같이 지내고 있다"라며 "제방 공사라도 어서 빨리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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