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대전·충남 문화도시의 새로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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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대전·충남 문화도시의 새로운 모색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5-06-18 17:12
  • 신문게재 2025-06-19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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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21세기 도시정책의 핵심은 경제 중심의 물리적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특히 한국의 '문화도시' 정책과 일본의 '창조도시' 전략은 문화가 지역의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두 모델은 각각 제도적 기반과 민간 중심의 유연한 네트워크라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문화가 가진 창조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도시를 회복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의 문화도시 정책은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시행 이후 본격화되었다. 부천, 청주, 포항 등 다양한 도시들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고유의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도시 브랜드를형성하고,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0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의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2013년 '창조도시네트워크 일본(CCNJ)'를출범시켰다. 이는 지방정부, 예술가, 대학, 시민 등이 협력하여 지역의 창조자원을 기반으로 도시의 재생과 성장을 이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요코하마시는 미디어아트, 가나자와시는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문화와 산업, 관광이 결합된 창조도시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전과 충남 지역은 각각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산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문화도시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먼저 대전은 국내 대표적인 과학기술 중심 도시로서 KAIST, 대덕연구단지, 국립중앙과학관 등 뛰어난 과학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은 아직 시민의 문화 향유와 생활문화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전은 과학기술을 문화콘텐츠와 접목시켜 시민과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과학문화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한편 충남은 공주·부여의 백제문화, 천안의 독립운동 역사, 서산·태안의 해양생태문화 등 지역 간 이질적인 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오히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낳기도 한다. 이에 충남은 일본 창조도시 전략이 지닌 '지역 네트워크화'의 방식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공주-부여-논산 간 '백제문화벨트'를 구축하거나, 천안-홍성-서산 등 중소도시 간 생활문화 교류 플랫폼을 구성하여 광역 연계형 문화도시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공동체 기반의 생활문화센터나 전통문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전과 충남은 각각 '과학'과 '기억'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 둘을 연결하는 광역 협력 모델이 더욱 강력한 문화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강조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정책 또한 광역 단위의 네트워크와 권역 중심의 연계를 통해 문화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문화도시는 더 이상 상징적 명칭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실질적 기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전은 과학기술의 일상화를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충남은 지역 간 연계를 통해 '기억을 품은 생활문화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양 지역은 각자의 전략을 독립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충청권 전체가 하나의 문화권역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문화'는 도시의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현재를 풍요롭게 하며,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대전과 충남이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문화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하며, 지역문화정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적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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