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김광현 충남도 총괄건축가 "공공건축의 길, 충남이 앞장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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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 김광현 충남도 총괄건축가 "공공건축의 길, 충남이 앞장설 것"

  • 승인 2025-07-08 14:38
  • 신문게재 2025-07-08 9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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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충남도 총괄건축가.
"작은 건축이 큰 변화를 만든다."

2023년부터 충남도 총괄건축가를 맡고 있는 김광현 교수는 건축을 단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닌, 사람과 지역의 삶을 담아내는 공공의 언어라고 말한다. 그는 국내 최초로 건축기본법 제정을 주도하며,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그는 충남의 공간 전략과 공공건축의 질적 전환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건축을 통해 도정이 선한 행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책무로 삼고 있다.

공공건축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책임 있는 유산이라 말하는 김광현 교수를 만나 충남 공공건축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건축이 품어야 할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총괄건축가님은 과거 '건축기본법'을 만들자고 가장 먼저 주창하시고 연구하셨는데, 어떤 계기였는지?

▲건축기본법은 2014년에 제정됐으며, 그 과정에서 저는 건축이라는 학문과 산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 당시까지는 건축을 주로 개발이나 자산의 관점에서만 다루는 경향이 강했고 공공성과 윤리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나 자산이 아닌 모든 이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적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건축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건축의 사회적 책무는 물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 마련에 참여했다. 그 결과 제정된 건축기본법은 이후 총괄건축가 제도, 공공건축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들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됐으며, 한국 건축 행정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충남도 총괄건축가로서 어떤 역할을 하시는지?

▲2023년부터 충청남도 총괄건축가로 위촉된 김광현 교수는 충남도의 공공건축과 도시공간 전반에 대한 기획, 조정, 자문 등 전문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가 총괄건축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역할은 도정 전반의 건축 흐름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것으로, 공공건축의 질적 전환과 함께 행정 내 건축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공공건축의 공공성, 지역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핵심 가치를 도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건축을 통해' 충남도의 선한 행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책무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별 사업들이 부서별로 분절되지 않고 충남도 전체의 비전 및 공간 전략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건축기획 단계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구조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실무자와 설계자, 그리고 도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총괄건축가로서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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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건축가로서 건축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의 삶과 지역 고유의 문화를 담아내며,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공공적 기틀이자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민의 일상 속 공간이 지닌 의미에 주목해 왔으며 '작은 건축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신념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시골 마을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이나 복지시설, 어린이집과 같은 생활 밀착형 공간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의 정서적 기반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건축은 단순한 시설 제공을 넘어 주민의 삶 그 자체에 스며드는 역할을 한다.

건축은 '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주민이 요구하는 사항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활과 정서를 깊이 있게 이해한 뒤, 그것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충남도 대표 건축공간사업을 추진 중 느낌점은?

▲총괄건축가로 위촉된 후 약 2개월간 관여한 사업들을 살펴보니, 충남도 내 15개 실과에서 추진 중인 건축 관련 사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이는 도 전반의 공간 정책과 공공건축에 대한 총괄조정 역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위촉된 지 2년이 지난 현재는 그 관여 범위와 깊이가 더욱 확대됐음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충남예술의전당, 내포신도시 도시리브투게더, 보령 원산도 섬 문화예술 플랫폼 등이다. 충남예술의전당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설계공모에 이르기까지 총괄건축가로서 15회 이상 자문에 참여했고 공간 배치와 건축 방향성 설정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충남 건축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2024년, 충남도는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건축도시국'을 신설하며 건축을 행정의 핵심 의제로 격상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전국이 주목하는 제도적 기반의 구축이며 대한민국 공공건축의 흐름에 중대한 전환점이다.

기존에는 공공건축이 기획, 설계, 운영 각 단계에서 분절적으로 추진돼 전문성이 일관되게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였으나, 현재 충남도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체계적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총괄건축가 및 공공건축가 제도를 활성화해 기획에서부터 설계,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전문가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충남형 건축계획'을 수립해 지역 고유의 건축 언어를 발굴하는 동시에, 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공공건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건축문화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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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공건축물은 무엇인가?

▲공공건축은 단순히 세금으로 지어지는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도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 공간이며,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공적 자산이다. 건축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와도 같은 존재로, 말과 글처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 생활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공간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이곳에 살기를 잘했다'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일은 곧 도정, 시정, 군정의 근본이며, 그것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공공건축이다.

공공건축은 단지 '아름답게', '경제적으로', '튼튼하게' 짓는다고 해서 그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계,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러한 긴 호흡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공공건축이 도민의 삶을 품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하며,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과제다.



-공공건축 발전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공공건축의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 전반에 걸친 인식 전환과 협력 체계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좋은 공공건축물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고, 도와 시군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지어야만 그 수가 늘어나며 결과적으로는 도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서천군을 시작으로, 5월 서산시까지 총 7개 시군을 직접 방문해 시장·군수를 만났고 충남도가 지향하는 공공건축을 위해 도와 시군이 공동으로 협력해 나가자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장·군수님들께서 공공건축의 중요성과 기획 단계의 핵심성을 깊이 공감해 주셨으며, 이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



-충남도 공공건축의 변화를 위해 도, 시, 군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우선 건축기획력을 강화해야 한다.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설계와 우수한 시공 능력에 앞선 단계에서 건축물의 목적과 쓰임새를 공간으로 번역하는 과정, 예산과 발주방식 등을 제대로 기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 내 건축 관련 기능이 부서별로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에 한계가 있는 만큼 건축기능의 구조적 일원화를 통해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빈집 문제 역시 공공건축적 접근이 요구된다. 빈집의 용도변경을 귀농 귀촌을 넘어 새로운 인구 유입과 지역을 활성화하는 생산지인 지역자산으로 바꾸는 지혜를 시군이 함께 발휘해야 한다. '충남, 빈 집 있슈 ISSUE'운동을 전개 등을 통해 빈집의 새로운 활용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목재 이용 공공건축의 확산이다. 건축물 전체가 반드시 목재로 지어질 필요는 없지만, 통나무 구조가 아닌 구조용 집성재 등 현대적인 목구조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충남만의 현대적이고 친환경적인 목재 건축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목재는 합리적인 탄소중립 실현과 쾌적한 공간환경 조성에 매우 적합한 건축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충남의 원목 생산량 대비 소비 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건축분야에서의 목재 활용 확대는 충남 목재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공건축 전담조직도 필요하다. 공공건축물은 세심한 기획과 책임 있는 행정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 대부분이 팀 단위의 소규모 조직 체계로 공공건축을 담당하고 있어 전문성 확보와 연속성 있는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지은 작지만 품격 있는 건축물들을 매년 축적해 '충남형 우수공공건축 지도'를 제작하고 전국에 알리는 작업을 함께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이는 충남의 건축철학과 정책적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보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총괄건축가로서 도민 모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건축은 단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공간을 함께 고민하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직 아무도 본격적으로 걷지 않은 공공건축의 길, 그 새로운 길을 충남이 가장 먼저 앞장서 나아가고자 한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공공건축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가치를 함께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
대담=최재헌 내포본부장·정리=오현민 기자



○…김광현 충남도 총괄건축가는?

1953년 대구 출생. 1975년 서울대 건축학사. 1977년 동대학원 건축학 석사. 1983년 동경대 건축학 박사 취득. 2008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2011년 서울시 건축/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199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교수/명예교수. 2017년부터 공동건축학교 교장을 맡고 있음. 2023년부터는 충남도 총괄건축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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