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30. '사회적 자본' 확충이 답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30. '사회적 자본' 확충이 답이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7-31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제가 공직 생활을 하면서 딜레마에 부딪힌 것은 '성장'과 '복지'의 양립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복지정책이 국가의 재정을 파탄 내고 결국 나라가 망할 수 있다"라는 이른바 '복지망국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때 저는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국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였으며, 그것은 OECD 평균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매우 낮은 상태였음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복지로 망한다는 논리를 인정하기 어려웠지요.

그래서 이때 사회복지 수준이 높으면서도 경제성장을 달성한 핀란드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핀란드는 '건전 재정'과 '강한 제조업'이 장점으로 주목받았는데, 이것은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핀란드에 비해 우리가 갖지 못한 하나의 요인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을 연구하고 그것을 대전시정에 접목해야 하는 필요가 생겼지요. 우선적으로 대전시 의회에서는 '사회적자본지원조례'를 시민 발의로 제정하였고, 시 산하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지원체계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재작년 말에 해체되었고, 지원 조례는 이번에 폐기하였습니다. 과거보다 더 필요한 시점에서 뒤로 가고 말았습니다.



일단, '사회적 자본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부터 해봅니다. 이 이론은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지만, 핀란드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핀란드의 문화와 사회를 깊이 연구한 리처드 루이스 교수의 '핀란드의 사회적 자본의 핵심적 내용'을 알아봐야 하는데, 한 마디로 '신뢰가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타인과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수준이 매우 높고, 구두만으로도 계약이 성립되는 정직과 책임감이 내면화된 사회였습니다. 따라서 이기적이지 않고, 공공선에 기여하는 시민정신이 매우 강했습니다. 자율성을 중시하되 이웃이나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도 동시에 느끼는 균형 잡힌 시민성을 유지하였는데, 이러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지요.

당시 핀란드는 교육 개혁도 성공하였지요. 이 교육 개혁도 사회적 자본 확충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국제 교육계에서도 인정한 유명한 '핀란드 교육의 세 가지 역설'이 있지요. 첫째는 '적게 가르쳐야 많이 배운다.' 두 번째는 '시험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 세 번째는 '다양성을 확대해 형평성을 높인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늦은 밤까지 학원과 과외 수업에 찌들어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지요. 이렇게 사회적 자본의 확충으로 교육 개혁까지 성공시킨 핀란드는 지금까지 법을 준수하는 시민,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대한 헌신,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에 대한 자각, 애국심과 같은 문화적 가치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자본을 확충시키는 것은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정치인에게는 결코 인기 있는 아이템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두들 공감은 하지만, 실행에는 탄력이 붙질 않고 있지요. 그러나 꾸준히 실천하여 사회적 자본 지수를 높이지 않으면 완전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우리에게 부여되어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으로는 당연히 선진국 수준이지만, '사회적 자본'은 중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미 핀란드에서 달성하였듯이, 신뢰로 강하게 연결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목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 달성을 꿈꿔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1.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2.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5.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헤드라인 뉴스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유치 전략 주효...8개 기업 유치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유치 전략 주효...8개 기업 유치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내 기업의 이탈 방지와 투자 유치에 공을 들여온 세종시. 올 하반기 전격 도입한 '첨단기업 유치 임차료 지원사업'이 모두 8개 기업 유치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원안은 타 지역에서 본사 이전 또는 공장, 연구소를 테크밸리로 신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핵심은 2년간 임차료 4000만 원, 사무실 공사비 500만 원 지원에 있다. 또 지원 기업은 시 지원과 별개로 임대기업으로부터 2년 계약 기준 총 6개월의 임대료 무상혜택(렌트프리)을 추가 제공받을 수 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첫 번째 사업 참여 모..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